부동산 부동산일반

"사업성 담보 안되고 부채만 키울 가능성 높다" 시큰둥

■건설사들 용산역세권 개발 지급보증 기피<br>내년 국제회계기준 도입 앞두고 과도한 부담 우려 발담그기 꺼려<br>미분양등 대비한 비상대책 없고 급박한 사업일정도 문제점으로

코레일의 당근책에도 불구하고 건설사들은 첩첩이 쌓인 문제로 용산국제업무지구 사업에 대한 지급보증을 꺼리고 있다.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조감도.

대부분 건설사들이 지급보증을 통한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프로젝트 참여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복잡하다. 단군 이래 최대 규모의 개발 프로젝트임에도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은 우선 사업성이 담보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게 대다수 건설사들의 공통된 견해다.

특히 각 건설사마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줄이고 있는 상황에서 섣불리 지급보증에 나서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사업 진행과정에서 불거질 수 있는 돌발변수들을 미리 예상한 '비상 대책(컨틴전시 플랜)'이 없는 것은 물론 지나치게 급박한 일정과 건설사에만 과도한 부담을 주는 사업구조 역시 건설사들이 용산 프로젝트에 소극적인 이유가 되고 있다.


◇PF사업을 줄이는 상황에서 부채급증 우려가 부담=현재 시장상황에서는 지급보증은 PF 우발채무를 키울 수 있다. 이는 회사의 신용도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건설사들로서는 있는 지급보증도 줄여야 할 판이다. 이미 대기업 계열사의 일부 건설사들은 그룹 방침에 따라 지급보증을 제공해야 하는 사업을 전면 중지한 상태다.

용산 프로젝트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지급보증이 전제가 돼야 하는데 이는 곧바로 해당 건설사의 리스크가 그만큼 커지는 셈이다. 건설사들이 공사 물량(전체 9조원) 배정이라는 당근에도 불구하고 지급보증을 꺼리는 이유다. 대형 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지방과 수도권의 미분양 아파트 등으로 대다수 건설사의 재무상태는 이미 악화된 상태"라며 "추가 지급보증을 제공해야 하는 개발사업에 어떤 건설사가 선뜻 나설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특히 내년부터는 국제회계기준(IFRS)이 적용되면서 PF 우발채무와 지급보증의 일정액이 부채로 잡히게 되는 것이 부담이다.

◇분모(땅값)는 그대로인데 분자(수익)는 떨어졌다=건설사들의 반응이 차가운 가장 큰 이유는 사업성을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코레일이 용산 역세권 개발 프로젝트를 수행할 컨소시엄을 구성할 2007년 당시 국내 부동산 시장은 '꼭지'였다. 하지만 현재 상태는 그때와는 정반대다. 더욱이 드림허브가 9,500억원의 지급보증과 유상증자 등을 통해 마련하려는 자금 4조원은 2012년까지 필요한 토지대금과 보상비ㆍ운영비에 불과하다.


드림허브의 한 관계자는 "2012년 7월 착공 시점에서 필요한 자금은 코레일의 랜드마크 빌딩 매입 자금(4조3,000억원)으로 충당이 가능하다"며 "또 2013년 분양시점에서 들어오는 분양대금 등으로 나머지 자금 마련에는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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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대다수 건설사들은 "분양시점에 부동산 경기가 살아날 것이라고 누구도 예단을 못한다"며 "만일 분양 성과가 좋지 못하다면 나머지 추가 비용은 누군가가 부담해야 할지도 불명확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돌발변수에 대한 컨틴전시 플랜 없어=사업비만도 31조원에 달하는 대형 개발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비상 대책도 없어 건설사의 리스크는 더욱 클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미분양 발생시 비용 문제뿐만 아니라 예상하지 못한 변수에 대응할 만한 주주사들 간의 합의도 없다는 지적이다. 결국 금융권에 대한 지급보증을 확대할 경우 건설사들은 이를 해소하기 위해 무리하게 자금을 투입할 수밖에 없는 리스크까지 떠안게 된다는 설명이다.

민간 시행회사의 한 관계자는 "주주사들 간에 31조원 이상의 자금이 투입될 경우를 대비해 지분율에 맞는 증자 등의 근거를 마련해줘야 한다"며 "사업비가 변경될 개연성이 높은데도 불구하고 건설사들이 전적으로 책임을 져야 하는 구도에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지나치게 급박한 일정=사상 유례없는 대형 개발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사업성 검토 없이 단기간에 사업을 추진한 것도 문제점으로 분석되고 있다. 일본의 성공적인 도심복합 재생사업으로 꼽히는 롯본기힐스조차 계획부터 시공까지 17년의 시간이 소요된 점을 감안할 때 용산의 사업기간은 지나치게 짧다는 지적이다.

한 건설사의 관계자는 "일본의 경우 주민설득에 11년, 나머지 4년은 사업성 검증과 설계에 치중했다"며 "상대적으로 공사 기간이 짧은 이유도 사업성 검증이 완벽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용산의 경우 개발 프로젝트 공모에서 입찰까지 땅 주인인 코레일은 물론 컨소시엄이 사업성을 검증하기까지 9개월의 시간에 불과했다.

더욱이 2006년 12월 사업자 공모 이후 2007년 4월 서울시와의 협의 문제로 공모를 취소하는 시행착오까지 겹쳤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코레일이 랜드마크빌딩을 3.3㎡당 4,000만여원에 매입하겠다는 당근책보다는 사업성을 원점에서 다시 검토하는 게 먼저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급보증'에 의존한 PF 관행도 문제=코레일은 건설사들에 지급보증을 제공하는 조건으로 공사 물량을 배정하겠다고 하지만 이 같은 방식은 한국에서만 통하는 '변질된 PF방식'이라는 것도 문제다. 해외의 경우 대형 개발사업은 금융기관이 사업시행자로 나선 후 사업성 검증과 분양 계획까지 마친 뒤 건설사에 단순 도급 방식의 공사 물량 배정이 이뤄진다. 반면 국내에서는 지급보증 전제 아래 공사 물량 배정이라는 방식이 통용되고 있다.

건설 관련 협회의 한 관계자는 "코레일은 건설사에 지급보증을 하는 것이 관행이라고 주장하지만 해외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우리나라의 PF는 프로젝트 파이낸싱이 아니라 컴퍼니 파이낸싱(CF)에 불과하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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