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대형평형 아파트 시장 ‘찬바람’

대형평형 아파트 시장이 위축되고 있다. 고급주상복합아파트를 중심으로 공급은 증가한 반면 양도세 강화, 경기 위축 등으로 인해 수요가 줄고 있기 때문이다. 6일 주택업체 및 부동산 시세정보 제공업체에 따르면 50평형 이상 아파트 매물이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실제로 지난 달 31일 기준 50평형 이상 매물은 전(前)주에 비해 3.41%가 증가했다. 이에 따라 60평형 이상 아파트의 시세역시 -0.02%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수요가 위축되면서 주택업체의 공급 기피 현상도 심화되고 있다. 지난 해 서울 기준으로 전체 7%를 차지하던 50평형 이상의 분양물량은 올 들어서는 전체 물량의 2%에 불과한 상태다. ◇대형평형 매물급증ㆍ가격역전= 2월 이후 50평형 이상 아파트의 매물 증가율이 심상치 않다. 30평형대 아파트의 매물 증가율이 평균 1.75%인 반면, 50평형 대 이상은 3.74%나 된다. 대형 평형 아파트 매물이 두 배 이상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대형평형의 시세 하락도 눈에 띤다. 지난 해 9월, 평균 3.28% 상승률을 기록하던 60평형 이상 아파트는 3월 한 달간 평균 상승률이 -0.02%로 떨어졌다. 이는 30평형대 아파트 상승률이 0.47% 상승한 것과는 대비된다. 일부단지의 경우 대형과 소형아파트의 평당매매가 역전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지난 해 9월, 강서구 화곡동 대우그랜드월드의 34평형과 61평형의 평당 매매가는 800만원과 863만원. 61평형이 평당 63만원이 높았다. 하지만 현재 시세는 34평형 971만원, 61평형 861만원으로 34평형이 오히려 평당 110만원이나 높다. 화곡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수요층이 두터운 30평형대는 꾸준한 수요가 있었다”며 “하지만 50평형 대 이상은 경기에 민감한데다 양도세 부담으로 인해 매수세가 낮다”고 말했다. 이 같은 양상은 마포구 성산도 대림아파트도 마찬가지. 25평형과 57평형의 지난 해 9월 평당매매가는 각각 890만원과 900만원. 하지만 현재 두 개 평형은 가격이 역전 돼 25평형 940만원, 57평형 860만원 선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초대형 공급 기피= 60평형 이상의 대형아파트 공급을 계획했던 주택업체는 물론 재건축 조합은 요즘 대책마련에 분주하다. 분양 전략을 바꿔, 평형을 축소해 공급한다는 계획까지 세우고 있다. 실제로 여의도의 한 재건축 조합은 당초 공급 예정인 70평형 대 이상 아파트 처리에 고심중이다. 조합원들이 대형 선호도가 낮아진 데다 초대형 평형에 대한 인기가 식으면서 당초 계획대로 분양할 경우 미분양으로 남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지방의 경우 40평형 이상의 중형아파트 공급 계획도 수정하고 있다. H건설이 대전 D지구에 6월 공급할 아파트의 주력평형은 40평형 대. 하지만 최근 중형 평형 수요가 줄자 20ㆍ30ㆍ40평형의 비율을 2:6:2로 대폭 조정했다. 한 건설업체 분양 담당자는 “시장 수요구조 분석결과 최근들이 대형평형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줄었다”며 “때문에 수익성이 높은 대형평형에 대한 공급을 고집할 수 없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의 경우도 대형 공급이 줄고 있다. 지난 해 50평형 이상의 일반아파트가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7%(1,021가구). 주상복합아파트까지 고려할 경우 이 수치는 훨씬 높아진다. 하지만 올 3차까지 50평형 이상 일반아파트는 2%인 35가구 분양에 그치고 있는 상태다. 한 전문가는 “경기에 가장 많은 영향을 받는 것은 대형평형 아파트였다”며 “실제로 IMF 이후에도 대형평형은 분양률 저조, 미분양증가, 시세하락이 가장 높았다”고 말했다. <이철균기자 fusioncj@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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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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