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CEO&Story] 김두식 법무법인 세종 대표변호사

"로펌 경쟁력은 결국 팀플레이 글로벌 로펌 와도 겁 안나요"<br>세종의 힘은 가족적인 동료애… 역량 키운 변호사들 파트너 영입<br>업계 첫 공동소유 공동경영 펼쳐<br>中·獨서 잇단 법인 설립 등 해외시장 진출도 적극 추진





"로펌의 경쟁력은 결국 팀워크입니다. 구성원끼리 서로 뿔뿔이 흩어져 일하면서 자기 성과만 챙기려고 하면 성공할 수 없습니다."

국내 '빅4' 로펌 중 하나인 법무법인 세종의 사령탑을 맡고 있는 김두식(55) 세종 대표변호사는 "항상 직원들에게 팀플레이를 강조한다"고 말한다.


김 대표변호사는 "최근 시보를 하는 로스쿨 학생들에게 세종의 이미지를 물어보니 '가족적인 분위기가 떠오른다'고 하더라"라며 "업계에서도 가족적인 동료애가 뚜렷이 드러나는 로펌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족적인 분위기는 지난해 11월30일 서울 웨스틴 호텔에서 개최된 창립 30주년 행사에도 그대로 나타났다. 행사에는 세종 임직원뿐만 아니라 이종남·김경한 전 법무부장관과 신영무 대한변협회장, 하철용 전 헌재사무총장 등이 참석해 세종에 대한 애정을 보였다. 이날 행사에는 김 대표변호사를 포함해 30명으로 구성된 합창단이 직접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한미 FTA가 오는 3월15일 발효되는 등 앞으로 글로벌 로펌들이 국내 법률시장에 뛰어들면서 인력스카우트 등이 본격화될 때도 세종을 지탱할 힘은 이같은 '끈끈한 동료애'라고 김 대표변호사는 자신했다. 현실적으로 글로벌 로펌보다 더 많은 보수를 줘 변호사의 이탈을 막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김 대표변호사는 국내 대형 로펌 중에서 내부 거버넌스(governance)를 가장 먼저 제대로 갖춘 점도 세종의 경쟁력으로 꼽았다. 그는 "1980년대부터 국내 로펌 중 가장 먼저 파트너십을 도입함으로써 세대가 다르더라도 지속될 수 있는 튼튼한 시스템을 갖췄다"며 "젊은 변호사들이 미래를 그리며 열정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하는 여건을 마련했다고 자부한다"고 강조했다.

세종의 파트너십은 한 사람의 소유가 아니라 도제식 훈련을 거쳐 성장한 변호사들이 파트너로 영입돼 공동소유ㆍ공동경영을 하는 형태다.

김 대표변호사는 86년 영입변호사 1호로 세종에서 활동을 시작한 뒤 파트너변호사를 거쳐 지난 2006년 8월부터는 대표변호사로 활약하고 있다.

그는 파트너 변호사시절에는 최고의 변호사가 되는 것이 유일한 목표였지만 대표변호사를 맡은 이후에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됐다. 그는 "직원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며 "같은 방향을 보게 하고 꿈과 비전을 심어줘 가슴을 불타게 만드는 것이 대표변호사로서 필요한 자질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지금은 성공한 변호사이자 CEO로 촉망 받고 있지만 처음부터 김 대표변호사가 변호사의 길을 가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다. 김 대표변호사 어머니의 소원은 자식이 판사가 되는 것이었고 사법고시를 패스할 당시만 해도 그 뜻을 따를 생각이었다.

하지만 사법연수원을 졸업할 즈음 세종 창립자이자 서울고 13년 선배인 신영무 변호사로부터 "판사할 사람은 많으니 나와 함께 일하자"는 제안을 받았다. 여기에 사법고시를 패스한 후 연수원에 들어가기 전 대학에서 수업을 들을 당시 법대 교수였던 고 백충현 교수가 "판사는 정해져 있는 걸 할 뿐이고 평균적 능력을 가진 사람이 하는 게 오히려 낫다"며 "패기와 도전정신이 있고 판을 바꿔보고 싶다면 변호사를 지망하라"고 했던 이야기가 새삼 떠오르면서 마음을 굳혔다.

변호사로서의 활동도 성공적이었다. 물론 처음부터 쉬었던 것은 아니다. 김 대표변호사는 "동기들은 모두 판사다, 검사다 하면서 힘 주고 다니는데 나는 엄청 주눅들어 지냈다. 요즘은 선배 변호사들의 노하우를 그대로 따라 하면 되지만 당시에는 모든 걸 맨땅에서 하려니 눈물이 날 정도로 힘들었다. (변호사를 그만두고) 법원으로 갈 생각도 여러 번 해봤다"며 당시의 어려움을 회고했다.

그는 지난 97년말 IMF 외환위기 이후 한라제지ㆍ대농ㆍ한화종금에 대한 인수합병(M&A)업무 등 대형 경제사건을 도맡아 처리하며 업계에 회자되기 시작했다. 특히 유럽연합(EU)이 세계무역기구(WTO)협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국내 조선회사들을 제소한 사건을 승소로 이끈 후에는 법조계의 스타변호사가 됐다. 그는 "소송에서 질 경우 무려 4조원을 EU측에 반환해야 하는 상황이었다"며 "국익을 위해 일한다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대표변호사가 된 이후에 시련도 있었다.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로펌 바른과의 합병이 결렬된 것이다. 세종에게는 특급 전관이 즐비한 바른을 영입할 경우 송무분야를 보강하고 국내 2위권 로펌으로 부상해 1위 김앤장을 턱밑까지 추격할 수 있는 기회였다.


김 대표변호사는 "당시는 빨리 몸집을 키워서 2위로 올라서 숫자상으로 1~2위의 프리미엄을 얻자는 조급함이 있었던 게 사실"이라고 털어놓았다. 그는 "하지만 합병 결렬 이후 꾸준히 인재를 영입해 전문가가 300명이 넘어서면서 달라졌다"며 "300명이면 웬만한 건 다 할 수 있게 돼 더 이상 몸집을 확대하는 것보다는 변호사 1인당 얼마나 수익을 많이 올릴 수 있느냐가 중요해졌고, 이를 위해 내실을 다지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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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해외진출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지난 2010년 3월 상해사무소를 오픈한 데 이어 지난해 11월에는 독일 뮌헨에 세종 유럽 대표 법인을 설립했다.

김 대표변호사는 "독일은 유럽에서 가장 건전한 국가로 제조업이 강하다"며 "제조업의 경우에는 공장 등 직접 살펴봐야 할 것 등이 많기 때문에 현지에 주재하는 것이 필요해 법인을 만들게 됐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어 "아울러 중국이 부상하는 만큼 국내기업들이 중국에서 겪게 될 법률관련 변동이 많을 것"이라며 "중국 관련 법률 서비스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평소 문화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김 대표변호사는 최근 직접 그림을 그리는 것을 배우고 있다. 김 대표변호사는 "고등학교 때까지는 그림을 잘 그린다는 이야기도 들었지만 법대에 진학하면서 그림과는 인연이 없었다"며 "그림이 좋아 최근 들어 그림 그리는 모임에 나가 배우기 시작했다"며 좋아했다.




● 김두식 대표변호사는


▦1976년 서울고 졸업 ▦1980년 서울대 법대 졸업 ▦1980년 22회 사시합격(사법연수원 12기) ▦1987년 미국 뉴욕주 변호사 ▦1991~1997년 통상산업부(산업자원부) 법률고문 ▦1995년~현재 대한상사중재원 자문위원 ▦1998~2004년 관세청 관세심사위원회 위원 ▦1999~2000년 동국대 국제정보대학원 겸임교수 ▦2006년~현재 세종 대표변호사





■ 세종은…


증권거래소 상장 업무 개척… 금융·M&A·국제통상 분야 강자
올핸 변호사 300명 맹활약 예고


세종은 오는 3월부터 서울 순화동 시대를 끝내고 새로 남산 시대를 연다. 20년간 둥지를 틀어온 순화동을 떠나 퇴계로 스테이트타워 남산으로 사무실을 옮긴다. 그간 성장을 지속해오면서 올해는 변호사 300명 시대도 맞는다. 지난 1982년 신영무(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변호사 등 4명이 세종합동법률사무소를 연 후 30년 만에 비약적인 성장을 일궈낸 것이다. 현재 세종에는 한국 변호사 240명과 외국 변호사 41명 등 281명의 변호사가 활동 중이며 회계사ㆍ세무사ㆍ변리사 등을 포함하면 330여명의 전문가가 있다.

세종은 금융ㆍ인수합병(M&A)ㆍ국제통상 분야에 특히 강하다. 세종의 IPO팀은 기업들의 국내 증권거래소 상장업무를 이미 10여년 전에 처음 개척했다. 1999년 한국담배인삼공사(현재 KT&G)의 민영화와 상장업무 전반에 대해 자문한 것은 한국 로펌 사상 국내 IPO 절차 전 과정에서 자문한 첫 사례가 됐다. 특히 2003년 정부가 유럽연합(EU)과 다투던 조선업계의 상계관세 분쟁에서 극적으로 승소한 사건으로 김두식 대표변호사가 산업포장을 받기도 했다.

세종은 M&A 시장에서도 독보적인 입지를 굳히고 있다. 한 로펌 평가기관이 발표한 2011년 3ㆍ4분기 자본시장 리그테이블 중 M&A 법률자문 분야에서 3조2,144억원의 실적을 기록해 김앤장(3조6,776억원)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김두식 대표는 "아직 지난해 실적현황을 집계 중이기는 하지만 공정거래 분야에서 다른 로펌보다 많은 수임 건수를 기록해 예년에 비해 실적이 매우 좋다"고 설명했다.


서동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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