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원칙 벗어난 비정규직 차별시정 판정
지방노동위원회의 비정규직 차별시정 판정이 시작부터 논란을 빚고 있다. 경기지방노동위원회는 코레일 소속 비정규직 근로자 9명이 "코레일이 올 7월 지난해 경영실적 평가에 따른 상여금을 지급하면서 비정규직만 제외했다"며 낸 차별시정 요구사건에 대해 "차별 없이 성과급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정했다.
그러나 이는 '성과급은 차별시정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노동부의 해석과 다르고 현행법과도 상충된다는 점에서 논란의 소지가 많다. 노동부의 '차별시정 안내서'에는 '임의적ㆍ시혜적으로 기업이 주는 성과급과 4대 보험 가입, 법정 연차휴가 부여 등은 차별 대상으로 볼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또 근로기준법에는 차별판단의 대상이 '임금, 그 밖의 근로조건 등'에 한정돼 있다. 따라서 모든 근로조건이나 요소들을 차별의 판단 대상으로 포함한다면 판단의 불명확성으로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
이번 판정은 비정규직 보호법이 시행(올 7월)되기 전인 지난해 발생한 성과에 대해 보상하라는 것인데 이를 소급적용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지도 의문이다. 차별시정 신청은 법률이 시행되고 난 후 발생한 행위를 대상으로 하며 소급 적용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고 할 수 있다. 코레일의 상여금 지급 원인행위는 이미 지난해 발생한 것으로 집행만 올해로 넘긴 것인데, 이를 소급 적용하라는 것은 상식에 맞지 않는다고 본다.
코레일 측은 경기지방노동위원회의 이 같은 판정에 반발해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요청할 방침이다. 중노위는 이 사건의 파장이 적지않은 만큼 판단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부당한 대우를 받는다면 당연히 시정돼야 한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원칙과 상식선에서 이뤄져야 한다. 상궤를 벗어난 차별 시정조치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갈등을 조장하고 노동의 유연성을 떨어뜨리는 등 결국 비정규직 근로자들을 더욱 어렵게 할 수 있다. 경영비용이 늘고 기업의욕이 꺾이면 일자리가 줄어 결과적으로 기업ㆍ근로자 모두의 손해다. 차별시정의 잣대가 근로자와 사용자 모두에게 공정해야 하고 원칙을 벗어나서는 안 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입력시간 : 2007/10/11 16: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