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문완용' 내놓은 청와대, 감싸는 새누리


12일 오전8시30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 양지금호 109동 앞. 전날 밤 "일제 식민지배와 6·25(전쟁)는 하나님의 뜻"이라는 망언이 드러나 공분을 사고 있는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의 입에 기자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하지만 문 후보자는 '사과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사과는 무슨 사과할 게 있나"라고 일축해 아연실색하게 했다.

계속해서 사과를 거부하던 그는 이후 청와대와 조율한듯 오전11시께 총리실 보도자료를 통해 "일반인의 정서와 다소 거리가 있을 수 있다. 그런 점 때문에 오해의 소지가 생긴 것은 유감"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민족을 비하하고 일제를 찬양한 망언에 대한 사과라고 보기에는 진정성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인터넷에서는 즉각 '인사 참극'에 빗대 '문참극'이라는 조롱부터 '이완용'과 비교해 '문완용'이라는 질타가 쏟아졌다. "세월호 참사에 이어 또 한번 국격이 무너졌다"는 자탄도 많았다. 심지어 "대한민국의 총리 내정자인지 일제 조선총독부의 관헌인지 알 수 없는 말을 했다(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 "일본 극우 교과서보다 더 반역사적이고 반민족적 발언(박광온 새정치연합 대변인)"이라는 비판까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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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잘못된 인사를 해놓고 어정쩡하게 눈치만 보는 청와대와 이를 바로잡아야 할 새누리당 지도부의 안이한 현실인식이다. "(망언에 대해) 사전검증도 안 됐고 공식입장도 없다"는 청와대나 "우리 민족 더 잘하자는 뜻일 것(이완구 새누리당 비대위원장 겸 원내대표)"이라는 아전인수를 넘어 아예 "말 몇 마디를 갖고 그의 삶을 재단하고 생각을 규정하려 한다면 그것은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것(윤상현 새누리당 사무총장)"이라는 협박까지 나왔다. 자칫 박근혜 대통령의 리더십 손상과 국정운영 동력 상실은 물론 7·30재보선 영향까지 여러 가지를 염두에 둔 발언이다.

하지만 민족의 역사와 정체성을 부정한 인사를 총리 후보자로 고집하다가는 더 큰 위기를 맞게 된다. 자칫 대통령의 역사인식도 같이 도마에 오를 수도 있다. 설령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해도 만신창이가 된 총리가 무슨 국정을 통할하겠는가. 일제 침략에 시달렸던 중국이나 동남아 등 해외에서 우리 국격을 어떻게 볼지 모골이 송연할 뿐이다.

청와대는 야당은 물론 새누리당 초선·비주류의 요구대로 즉각 문 후보자를 사퇴시키고 잘못된 인사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 그것이 결자해지는 방법이다. 아울러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이 인사위원장을 맡고 비선라인이 자꾸 인사에 개입하는 현재의 인사 추천·검증 시스템도 시급히 개편해야 한다. '소 잃고 외양간'은 고쳐야 하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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