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국회 예산심의강화 절실

대통령선거 때만 되면 후보자들은 의례적으로 행정ㆍ재정개혁을 공약으로 내건다. 국회의 예산심의 기능을 강화하고 감사원의 회계검사 기능을 국회로 이관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집권에 성공한 후에는 태도를 바꿔 없었던 일로 넘기고는 한다. 문민정부 시절부터 단골 메뉴였다. 국민의 세금이 효과적으로 쓰여지는지 주권자이면서 납세자인 일반국민에게 보고해야 하는 것이 국회의 의무임을 인식, 국회가 앞장서서 예산개혁 조치를 강구해야 할 것이다. 우리 국회는 권위주의 시대에 확립된 관행에 따라 행정부가 제출한 예산안과 결산안, 그리고 법률안에 대해 심도있는 심의를 하지 못한 채 정부의 요구대로 통과시켜주는 것처럼 보인다. 국회의원의 의정활동을 뒷받침할 전문인력이 턱없이 부족하고 조직과 기구, 그리고 예산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최근 노무현 대통령은 재정민주주의와 재정개혁을 언급하면서 회계검사 기능의 국회이관 문제를 거론했다고 한다. 이에 발맞춰 국회가 예산심사 기능강화를 위한 장치마련에 분주한 점은 매우 시의적절한 조치라고 평가된다. 정부 각 부처의 재정운영의 탄력성과 자율성을 확보해주는 대신 예산집행에 대해서는 관리를 철저히 하겠다는 것이다. 예산편성ㆍ심사ㆍ집행관리의 투명성 확보가 최우선 과제다. 행정부의 방만한 예산집행을 국민이 철저히 감시하는 제도적 틀을 시급히 마련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일부 정부기관의 반발이 있는 듯 보여 안타깝다. 지난 2년 동안 국회는 재정개혁을 위한 재정건전화특별법안, 예산회계기본법안 등의 제ㆍ개정 노력을 해왔으나 여야의 입장차이로 결실을 맺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 전면적인 예산회계제도의 개혁이 어렵다면 국회에 가칭 예산제도개혁위원회와 같은 특위를 만들어 보다 지속적이고 전문적으로 재정개혁을 논의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헌법이 부여한 국회의 예산심의확정권을 강화하기 위해 검토해야 할 사항을 적시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국회 예산결산위원회의 상설화를 뒷받침할 수 있도록 미국의회의 예산처(Congress Budget Office)와 유사한 국회예산처를 설치해야 한다. 행정부가 작성해온 예산안을 상세히 심의검토하기 위해 전문인력을 현재의 50명 수준에서 300명 이상으로 대폭 확대해야 하며 필요한 경우 외부 민간회계 법인을 활용하도록 해야 한다. 둘째, 국회에 정부의 예산집행을 관리ㆍ감독할 수 있는 회계검사처를 설치, 예산 사후관리를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 감사원의 회계검사 기능 이관 문제는 헌법과 법률검토가 선행돼야 함은 물론이다. 현재 감사원이 보유하고 있는 500여명의 감사요원으로는 예산회계에 관한 피상적 감사에 그치게 마련이므로 국회 회계검사처는 1,000명 이상으로 전문인력을 확대하고 외부전문가도 활용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셋째, 예산회계의 투명성, 재정건전화 달성, 예산회계 기준의 제정, 집행관리과정ㆍ예산편성과 집행체계의 단순화와 합리화 등을 연구하기 위해 국회 내에 재정연구원을 신설, 전문가 집단을 모아 정부 예산회계의 명료화와 책임성ㆍ투명성을 제고하는 구체적 장치를 만들 것을 제안한다. 민간기업과 금융기관의 회계투명성을 강조하는 정부가 솔선해서 정부회계 기준을 만들고 투명한 재정운영의 모범을 보여야 한다. 넷째, 현행 헌법과 법률에는 국회의 결산심사에 관한 명확한 개념규정과 절차규정이 매우 미흡하다. 예산심의확정권과 결산심사권의 구체적 내용을 담은 국회법 개정안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결산심사 이후 시정요구결의안이나 잘못된 집행에 대한 책임소재를 따져 보정하는 사후관리체제도 갖춰야 한다. 정부에 예산집행의 융통성과 탄력성을 부여하는 대신 국회의 예산 사전사후관리를 강화함으로써 진정한 재정민주주의를 구현할 시점이 됐다고 본다. <한석정(건양대 경제학과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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