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WSJ)은 22일(현지시간) 면역항암제 분야의 '얼리인베스터(초기 투자자) 명단에 월가 거물들이 대거 이름을 올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헤지펀드의 대부' 소로스가 이끄는 소로스펀드가 면역항암제를 만드는 중소 제약회사 카이트파마 지분 1.7%를 주당 30달러 미만 가격으로 사들였다. 이에 따라 카이트파마 주가는 지난해 10월 초 28달러에서 지난주 62.80달러까지 올랐다. 지난 1980년대 '정크본드의 황제'로 통했던 밀컨도 자세한 투자내역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 회사의 대표적 얼리인베스터로 꼽힌다. 세계적 사모펀드인 텍사스퍼시픽그룹(TPG) 설립자 데이비드 본더먼도 카이트파마 지분 6%를 보유하고 있으며 팩트셋에 따르면 그의 보유자산 가치는 1억4,500만달러까지 치솟은 것으로 알려졌다.
제프 베저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 폴 앨런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창업자도 또 다른 면역항암제 제조업체인 주노테라퓨틱스에 벤처캐피털을 통한 간접투자 형태로 투자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주노테라퓨틱스 주가도 지난해 12월 상장 당시 24달러에서 지난주 45.52달러로 오른 상태다.
거물 투자자들이 이름조차 생소한 면역항암제 업체에 눈을 돌리는 것은 잠재적 시장성을 높이 평가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크레디트스위스 집계에 따르면 오는 2020년까지 면역항암제 시장 규모는 85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또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올해 제약업종 유망업체 10곳 중 5곳을 면역항암제 생산업체로 선정하는 등 시장에서도 점점 주목도가 오르는 추세다.
면역항암제는 기존 화학적 항암제, 암세포 혹은 특정 발암유전자를 공격하는 표적항암제와 달리 면역세포를 활성화함으로써 암세포를 사멸시키는 항암제다. 구토, 탈모, 백혈구 감소 등 기존 항암제의 부작용과 내성 문제가 적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머크·로슈·아스트라제네카·노바티스 등 글로벌 제약회사들이 경쟁적으로 개발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면역항암제는 여전히 개발 상태로 시장성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점이 아킬레스건으로 꼽힌다. 면역항암제 업체 중 미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얻은 곳은 제약 메이저인 머크와 브리스톨마이어스뿐이다. WSJ는 "투자자들이 선택한 중소 제약회사들이 개발 중인 면역항암제의 수익성·위험성·시장잠재력 등이 검증되려면 1년 이상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WSJ는 2010년 최초로 면역항암제를 개발했던 제약사 덴드레온이 파산법원의 명령에 따라 이달 중 캐나다 제약사 밸리언트에 4억9,500만달러에 매각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