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와 파운드 등 유럽 내 주요 통화에 대한 미 달러화의 약세가 미국과 유럽 대륙간 인수ㆍ합병(M&A) 시장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유로 강세로 미국 자산 구매력이 높아진 유럽 기업들은 미국 기업 인수에 혈안이 돼 있는가 하면 유럽 기업들 인수에 나섰던 미국 기업들은 달러 약세로 추가 손실이 불가피해지는 등 대륙간 희비가 교차하고 있는 것.
미 제너럴일렉트릭(GE)은 지난 해 10월 영국계 의료회사인 아머샴을 106억달러에 인수하기로 했으나, 이후 지난 4개월 동안 달러 가치가 파운드에 대해 12%나 하락해 현재 3억6,000만달러를 추가로 지불하게 생겼다.
게다가 1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달러 약세로 인수 비용 부담이 늘어나면서 미국의 대형 텔레콤 업체들은 최근 유럽계 기업 인수 계획을 속속 보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업체들 가운데 특히 주식 인수 방식으로 유럽 기업들을 인수하려 했던 기업들이 달러 약세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현금 인수의 경우 자국 통화로 지불하지 않고 대부분 현지 금융 회사들에서 자금을 조달하기 때문에 달러 약세에 따른 부담을 줄일 수 있기 때문.
반면 유럽 기업들은 최근 미국 기업 인수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보다폰이 미국의 AT&T와이어리스 인수전에 공격적으로 뛰어든 것도 파운드 강세가 큰 몫을 한 것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모건스탠리의 유럽 M&A 담당 팀장 파울로 페레이라 는 "환율만 갖고 M&A 추진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최근 달러 약세가 유럽 기업들을 보다 공격적으로 만들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최윤석 기자 yoep@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