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해군 `보물사업' 개입의혹 증폭

이형택씨 보물탐사 사업과 관련, 2000년 1월 당시 국정원 고위간부가 해군참모총장에게 해군의 장비.병력 지원을 요청한 사실이 확인됨에 따라 이 사업에 해군이 어느 정도까지 관여했는지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특히 관련 해군 일부 수뇌부의 해명이 새로운 언론보도가 나올 때마다 조금씩달라지는 등 뭔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보물탐사와 관련해 지금까지 사실로 확인된 것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2000년1월께 당시 국정원 국방보좌관이던 한철용 육군소장이 엄익준 2차장(작고)의 지시에따라 이수용 해군총장을 찾아가 보물탐사를 위해 해군의 장비와 병력을 지원해줄 것을 요청했다는 사실이다. 이와 관련, 한 소장은 25일 "정확한 날짜와 시간은 기억나지 않지만 당시 엄 차장으로부터 `해군총장을 만나 지원을 요청하는 게 좋겠다'는 얘기를 듣고 민원처리차원에서 당시 이 총장을 만났다"고 밝혔다고 황의돈 국방부대변인이 전했다. 한 소장은 취재진과는 전화접촉을 일절 응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이에 대해 처음에는 "외부로부터 어떠한 연락이나 지시를 받은 적이 없다"고 강하게 부인했던 이 전 총장은 "국정원 국방보좌관의 직책상 육.해.공군 총장을 찾아와 면담하고 가는 일은 흔하다"며 "당시 한 장군을 만나 그런 요청을 받았는지 현재로는 전혀 기억이 없다"고 말하면서도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또 하나 분명한 사실은 2000년 1월22일 오승렬 정보작전참모부장(당시 소장.현참모차장)이 계룡대 해군본부로 찾아온 이형택씨와 국정원 김모 경제과장, 보물발굴원사업자 최모씨와 조모씨 등 4명을 만났다는 것과, 경위야 어쨌든 해군은 잠수함구난함과 해난구조대(SSU) 등 장비.인력을 지원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당시 방문일지에는 이씨와 국정원 경제과장 등 4명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이에 따라 현재 의혹으로 남는 부분은 한 소장이 단지 국정원 엄 2차장의 지시를 받고 간 것인지, 임동원 당시 국정원장은 그 사실을 인지했는지 하는 것과 함께,해군의 경우 `2000년 1월22일 면담'이 단순히 정식 면담요청을 통해 이뤄진 것일 뿐인지, 이 전 총장의 검토지시에 따라 이뤄진 것인지 하는 것으로 압축된다. 그리고 실제 진도 앞바다 죽도 해역에서 현장실사가 있었는지도 논란거리다. 일단 이 전 총장은 물론, 오 전 정작부장, 김 전 정작차장(예비역 준장) 등 해군 수뇌부는 "정식 면담요청을 통해 만나 지원불가를 알려줬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해군은 공식 입장을 통해 "현장실사는 없었다"고 밝혔으며, 이 전 총장 등 관련자들도 "구조함 동원없이 현장실사가 가능하냐"며 그런 사실이 없음을 강조했다. 이 전 총장이 다소 말을 바꾼 측면은 있지만, 한 소장이 "엄 2차장의 부탁을 전했을 때 이 전 총장은 듣기만 하다가 거절했다"는 해명으로 미뤄 실제 하부에 지원검토 지시나, 현장실사 단계까지 진행되지는 않았을 개연성이 적지 않다. 이와 관련, 특검과 군 당국 안팎에서는 현장에 대한 실사가 해군이 아닌, 해경차원에서 이뤄진 것이 아니냐는 또 다른 의혹도 제기되고 있는 상태다. 특히 이 전 총장이 "기억에는 없지만 나와 만났다는 한 소장의 말이 사실이라면그것은 보물탐사 사업 초기라기 보다는, 먼저 해군 실무자들과 접촉해 `불가'하다는통보를 받은 뒤 다시 내게 민원을 요청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해 이형택씨가 처음에는 정식민원을 통해 `2000년 1월22일 면담'으로 지원요청을 거부당하자, 엄 2차장-한 소장 라인을 통해 이 전 총장에게 재차 지원을 요청했다가 거절당했을 것이라는추론이 가능하다. 현재 특검에서 `2000년 1월22일 면담'을 했던 국정원 경제과장 등을 상대로 이부분을 조사하고 있는 만큼, 당시 구체적인 상황이 드러나겠지만 관련자들의 해명을종합해 볼 때 이형택씨가 국정원의 도움을 받아 당시 해군 수뇌부에 탐사장비.병력지원을 요청했으나 해군이 거절하자 뜻을 이루지 못하고 해경 등 다른 기관에까지요청했으나 결국 중도에 포기한 것이 아닌가 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 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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