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0일 공개한 '2015년 국고보조사업 운용평가'는 개별 보조사업의 존폐에 방점이 찍혔다. 나라 곳간이 부족한 상황에서 불요불급한 사업에 메스를 대 혈세 누수를 최대한 줄여보겠다는 취지로 진행됐다. 이를 위해 정부는 지난 4월 전체의 3분의1에 불과하던 보조금사업 평가 대상 수를 전수로 확대했다. 평가사업 수는 422개에서 1,422개로 늘어났다.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참담했다. 평가 대상인 1,422개 보조사업 가운데 절반 수준인 688개 사업이 '불합격' 판정을 받았다. 이 가운데 올해 예산 1,213억원을 받아간 65개 사업이 즉시 폐지를 권고받았고 단계적 감축 대상은 275개(6조7,091억원), 통폐합 대상은 71개(1조3,337억원)가 선정됐다. 사업방식 변경이 권고된 사업은 202개(7조8,763억원)다.
'즉시 폐지'를 권고받은 사업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중소기업청의 '외국전문인력도입지원' 프로젝트다. 중소기업의 외국전문인력 채용을 유도하기 위해 외국인 체재비와 국내 적응 연수 명목으로 22억3,000만원의 보조금이 투입됐다. 그러나 지원인력은 120명에 불과했고 혜택을 받은 중소기업도 98개뿐이었다. 사업 내용이 산업통상자원부의 '해외인력유치지원사업'과 유사한 점도 즉시 폐지의 철퇴를 맞은 요인이다.
국가보훈처의 '지방보훈회관 건립' 사업은 단계적 폐지 통보를 받은 사업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큰 편에 속한다. 총 사업비만 30억원으로 노후된 지방보훈회관 건립에 투입되는 설계비와 건축비를 정부가 지원하는 것이 기본 콘셉트다. 문제는 실적이 저조했다는 점이다. 지난 2007년 이전까지 국고지원이 없던 사업에 나랏돈을 투입했지만 집행실적이 40% 이하에 그치는 등 단계적 폐지가 불가피하다는 게 평가단의 설명이다. 또 새만금 관광 활성화를 위한 상설공연장 운영, 부대행사 개최 명목으로 16억5,000만원을 지원하는 '새만금 국제관광단지 개발' 사업도 수혜 범위가 특정 지역에 국한돼 있기 때문에 새만금에 민간 기반 시설이 갖춰지기 전까지만 지원해야 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명박 정부의 역점사업 가운데 하나였던 '한국 음식 관광산업화' 사업은 단계적 감축 판정이 내려졌다. 이 사업은 한국 음식 마케팅과 음식 테마거리 활성화 명목으로 20억원의 국고가 지원됐다. 하지만 한국 음식의 관광자원화가 외국인관광객 유치로 이어지는지 검증수단이 불분명한데다 대부분 박람회 개최 등 행사성 사업의 성격이 강해 효과가 의심스럽다고 평가단은 꼬집었다.
정부는 평가단의 권고안대로 국고보조사업을 폐지·감축할 경우 내년 8,000억원, 오는 2017년 이후 1조원 등 모두 1조8,000억원의 보조금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기존의 평가가 효율성 위주였다면 올해는 존폐에 초점을 맞췄다"면서 "실질적인 보조사업 정비 성과를 내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