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눈이 즐거운 아파트… 청약전쟁서 빛난 히든카드

올해부터 LTV 평가 기준에 '전망' 포함… 같은 단지서 시세 1억이상 차이나기도<br>창곡천 앞 위례 래미안 120㎡ B타입 "고전할 것" 예상깨고 23대1 높은 경쟁률

조망권 아파트는 강이나 바다, 산, 골프장 같은 주위 자연을 집안에서 누릴 수 있는데다 가격도 강세를 보여 일반 아파트보다 상대적으로 인기가 높다. 한화건설의 성수동 갤러리아포레에서 바라본 한강 전경. /사진제공=한화건설


지난달 26일 '래미안 위례신도시'의 청약 접수 결과 평균 19.2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특히 대형이라 고전을 예상했던 120㎡B타입이 26가구 모집에 601명이 청약을 마쳐 평균 23.11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분양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삼성물산이 120㎡B타입을 창곡천 바로 앞의 107동에 전면 배치했기 때문으로 분석한다. 반면 창곡천 조망이 확보돼 있기는 하지만 단지 안쪽 101동에 주로 배치된 101㎡형은 평균 6.18대 1의 상대적으로 낮은 경쟁률을 보였다.


부동산 시장 침체가 지속되는 가운데서도 산과 강 등 조망권을 갖춘 아파트들은 상대적으로 높은 인기를 보이고 있다. 집 안에서 자연을 누릴 수 있다는 정서적 만족감 외에 가격 측면에서도 조망권을 갖추지 못한 아파트보다 강세를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부터 아파트 조망권도 주택담보대출 평가 기준에 포함되면서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한모 프런티어마루 대표는 "같은 아파트 단지라 하더라도 조망이 좋은 아파트를 더욱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 때문에 최근 건설사들은 조망권이 확보된 상품을 만들어내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같은 단지라도 가격차 뚜렷= 조망권 아파트의 인기가 높은 이유는 무엇보다 집 안에서 자연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이점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예전에는 강이나 바다로 조망권이 국한됐지만 최근에는 골프장이나 산과 같은 '그린' 조망권을 확보하려는 건설사들도 늘고 있다.

가격 면에서도 조망권 아파트는 일반 아파트에 비해서 강세를 보인다. 특히 같은 아파트 단지라고 하더라도 조망권 확보 유무에 따라 가격 차가 많게는 1억원 이상 벌어지기도 한다.

실제로 서울 송파구의 A아파트 158㎡형(공급면적 기준)은 강변에 위치한 경우 13억5,000만원 안팎이지만 단지 내에 있는 경우 12억3,000만~12억5,000만원 정도로 1억원 이상 차이를 보이고 있다. 강남구의 B아파트 역시 한강변에 있는 119㎡형의 경우 평균 14억원 이상이지만 단지 내부의 같은 주택형은 12억5,000만~13억원 사이에 시세가 형성된다.

잠실동 S공인 관계자는 "집주인의 대출 상황이나 주택 상태 등에 따라 가격은 천차만별이지만 한강변 아파트가 단지 내 아파트보다 다소 비싼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올해부터 조망권도 집의 가치 평가에 반영되도록 제도가 정비됐다는 점도 조망권 아파트가 인기를 끄는 이유다. 지난해 10월 정부는 LTV(담보인정비율) 산정 시 동·호수는 물론 전망에 따른 가격 차이를 반영하겠다고 밝혔으며 이를 올해부터 시행하고 있다.

시중 은행 관계자는 "예전에는 조망권을 고려하지 않는 국민은행 시세를 일괄적인 기준으로 사용했다"며 "정부가 관련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어 앞으로는 조망권도 가치평가에 포함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망권 갖춘 아파트 분양 활발= 이 때문에 건설사들도 조망권이 확보된 아파트 분양에 열을 올리고 있다. 가장 공급이 많은 것은 강 조망권을 갖춘 아파트들이다. 삼성물산은 서울 마포구 상수1·2구역을 재개발한 '래미안 밤섬 리베뉴 1·2차'를 분양하고 있다. 총 959가구로 구성된 래미안 밤섬 리베뉴 1·2차는 한강변 인근에 위치해 있어 한강 조망이 가능하며 일부 가구에서는 철새도래지인 밤섬도 보인다.

한국토지신탁은 경기도 가평군 설악면 일대 '북한강코아루'를 분양 중이다. 쾌적한 주거환경이 장점인 레저형 아파트로, 청평호수와 인근 신선봉을 조망할 수 있으며 북한강과 유명산, 호명산 등도 가깝다.

㈜월드디에스는 경기도 가평군 북한강변에서 '청평 라폴리움' 타운하우스를 분양한다. 삼성중공업이 시공하는 단지로, 시원한 북한강이 단지 바로 앞에 위치해 쾌적한 주거환경과 조망 등을 누릴 수 있다.

골프장과 대규모 공원, 산 등을 조망할 수 있는 '그린 조망권' 아파트도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다. 현대건설은 서울 동작구 정금마을 재건축 아파트인 이수 힐스테이트를 분양 중이다. 총 680가구 규모로 현충원 근린공원이 한눈에 들어온다.

롯데건설은 서울 중구 회현동 '남산 롯데캐슬 아이리스'를 분양 중이다. 남산 조망권 특화 단지답게 32층 초고층에서 주변 경관과 서울야경, 남산을 쉽게 전망할 수 있도록 오픈뷰 및 오픈형 발코니로 설계한 것이 특징이다.

이와 함께 삼성물산은 내달 중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삼성체육관 부지에 '래미안 수지'를 공급할 예정이다. 6만7,000㎡의 수지체육공원은 물론 광교산 조망까지 확보돼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가격과 교통, 조망권은 아파트 분양 시장의 3대 키워드"라며 "조망권은 인위적으로 만들 수 없는, 자연이 주는 혜택인 만큼 주택 선택에서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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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비율 50%대까지 늘려

"주위에 자연 없으면 만들지 뭐"
생태연못 등 조성해 조망권 충족


조망권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면서 건설사들이 아파트 단지 내 조경시설에 쏟아 붓는 노력도 커지고 있다. 전체 단지 면적에서 조경면적 비율을 절반 이상 늘리거나 다양한 테마산책로와 생태 연못, 단지 내 실개천 등을 만들어 수요자들의 조망권에 대한 요구를 충족하고 있다.

실제로 예전에는 30~40%대였던 조경면적 비율을 50%대까지 늘린 아파트들이 속속 선보이고 있다. ㈜효성이 경기도 남양주시 화도읍에 분양한 '화도 효성 백년가약'은 조경비율이 55%에 달한다. 또 현대건설과 풍림산업이 서울 금천구 시흥동에 분양 중인 '남서울 힐스테이트 아이원'도 조경면적 비율을 50%까지 끌어올렸다. 여기에 산수유 나무와 목재데크가 있는 생태연못, 시계탑 분수가 있는 잔디광장을 조성하고 조형물이 설치돼 있는 갤러리정원은 물론 인라인스케이트장으로 사용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 있다.

최근에는 조경시설에 인공적인 요소를 없애려는 노력도 강화되는 추세다. 자연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조경이 입주민들이 더 선호하고 거부감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SK건설이 수원시 장안구 정자동에 공급한 '수원 SK 스카이뷰' 아파트에는 노송지대-문화공원-중앙광장-서호천으로 이어지는 '파인 에비뉴'라는 조경시설을 설치해 숲에 가지 않아도 피톤치드 산림욕을 할 수 있게끔 해놨다.

단지 내 조경과 외부 자연환경을 연계한 아파트도 늘고 있다. 아무리 잘 조성돼 있다 하더라도 단지 내 조경시설은 크기나 자연스러움 등에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삼성물산이 분양 중인 '래미안 한강신도시 2차'는 한강신도시 생태환경지구에 들어서는 아파트인 만큼 인근 모담산과 연결되는 단지 내 녹지공간을 조성하고 있다. 롯데건설의 '파주 운정 롯데캐슬'에는 인근 호수공원과 연계한 테마공원이 설치되며 서울 성동구 왕십리뉴타운 1구역을 재개발한 '텐즈힐(1,702가구)'에는 인근 청계천과 연계한 '맑은 물소리 정원' '폭포소리 정원' '시원한 바람 정원' '사색의 정원' 등 4가지 테마정원이 조성된다.

김범준 포애드원 이사는 "실수요자 중심으로 분양시장이 바뀌면서 아파트를 선택하는 기준이 쾌적한 생활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며 "조경률이 높고 단지 내에 대형공원 등 조경이 잘 갖춰져 있으면 단지의 가치가 상승해 그 자체로도 프리미엄을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박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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