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3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16일 육사 생도 A씨가 학교를 상대로 낸 퇴학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모든 동침 및 성관계 자체가 금지되는 것이라고 해석돼야 한다면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해 헌법상 일반적 행동의 자유, 성적 자기결정권 및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등을 침해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원고가 여자친구와 동침하거나 성관계를 맺은 것은 내밀한 자유 영역에 속하는 것일 뿐 미풍양속을 해친다거나 성군기를 문란하게 했다는 근거가 없으므로 성관계 금지 규정이나 품위유지 의무를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4학년 생도 A씨는 결혼을 전제로 교제 중인 여자친구와 영외에 마련한 원룸에서 성관계를 하고 이를 자발적으로 보고하지 않았다는 이유 등으로 소위 임관을 한 학기 앞둔 2012년 11월 퇴학 처분을 받았다.
생도들의 생활규율인 이른바 ‘3금(금혼·금주·금연) 제도’와 사복착용 금지규정을 어겼고 생도생활예규에 따른 ‘양심보고’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A씨는 퇴학에 이어 지난해 5월 병무청에서 일반병으로 입영하라는 통지까지 받자 소송을 냈다.
1·2심은 “성행위와 사랑은 개인의 사생활 자유 영역이고, 여자친구와 영외에서 성관계를 한 것이 성군기를 문란하게 하거나 풍속을 해친다고 보기 어렵다”며 “학교측 처분은 헌법상 행동의 자유, 성적(性的) 자기결정권을 지나치게 제한할 가능성이 있고, 행위 정도에 비해 과중한 징계여서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고 판결했다.
육사는 이 사건이 논란이 되자 창설 이후 62년만인 지난 3월 3금 제도를 대폭 완화한 개선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3금 제도는 올바른 가치관과 품성을 갖춘 정예 장교를 육성하기 위한 명예규정이라는 취지에도 불구하고 시대에 뒤떨어져 인권침해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개선안은 생도들이 승인을 받아 약혼은 할 수 있고 영외에서 도덕적,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 선에서 성관계를 갖거나 음주·흡연을 하는 방안 등을 담고 있다.
김선일 대법원 공보관은 “사관학교를 졸업해 장교가 되면 지킬 필요가 없어지는 3금 제도는 사관생도에게 강제해야 할 필수 제도라고 보기는 다소 어렵다”며 “3금 제도를 통해 금지할 수 있는 성관계나 동침은 도덕적 한계를 벗어난 성관계나 동침에 국한된다는 것을 명확히 한 판결”이라고 말했다.
/디지털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