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외국 정상에 대한 감청활동은 지속하겠지만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 우방국은 제외하겠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독일TV ZDF의 '오늘의 저널(heute-journal)' 프로그램과의 인터뷰에서 "미 정보기관의 감시 메커니즘으로 메르켈 총리와의 신뢰나 의사소통을 해치고 싶지 않고 그럴 필요도 없다"며 "내가 미국의 대통령인 한 독일 총리는 (감시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전날 국가안보국(NSA) 개혁안을 발표한 자리에서도 '미 국가안전에 위협이 되지 않는 한' 수십(dozens)개국 우방국이나 동맹국 정상에 대해 앞으로 감청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에드워드 스노든이 NSA가 독일·브라질·멕시코 등의 정상들을 감청해왔다는 사실을 폭로하면서 메르켈 총리가 오바마 대통령에게 항의전화를 걸고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은 미 국빈방문 일정을 취소하는 등 국제사회의 공분이 지속돼왔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의 해명이나 NSA 개혁안 발표에도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그동안의 대외 감청에 대해 사과하지 않겠다는 견해를 고수한데다 감청에서 제외되는 동맹국이 어느 나라인지 밝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이 감청 제외대상인지도 명확하지 않다. 또 오바마 대통령의 발언은 미 국가안전을 위해 필요하면 우방국 정상도 감청할 수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독일 등 다른 모든 나라의 정보기관처럼 미국도 세계 각국 정부의 의도에 계속 관심을 둘 것이고 그것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며 "뉴욕타임스(NYT)나 슈피겔에서 읽을 수 있는 것들로 활동이 제한된다면 정보기관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스노든 폭로 이후 8개월 만에 나온 NSA 개혁안도 원론적인 수준에 그쳐 실효성이 의심된다는 비판이 일부에서 나오고 있다. 개혁안에 따르면 NSA는 개인 통화기록이나 e메일 등을 통해 얻은 '메타데이터' 수집은 일단 유지하되 수집된 정보를 제3의 민간기구에 맡기도록 했다. 또 특정 개인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기에 앞서 특별법원으로부터 영장을 받거나 사전 승인을 받도록 했고 감청대상이 되는 용의자의 요건도 한층 강화하기로 했다.
아울러 인터넷 사용기록과 e메일 등을 뒤지는 온라인 데이터 감시는 외국 네티즌만 표적으로 삼는다. 미국 내 온라인 활동은 감청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이다. 다만 미국인이 국외에서 인터넷을 쓰면 데이터 수집 대상이다.
이에 대해 유럽연합집행위원회는 성명을 통해 "동맹국 정상에 대한 감청활동 중단 선언은 미국이 유럽의 우려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라며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반면 폭로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 설립자인 줄리언 어산지는 이날 미 CNN과의 인터뷰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45분간이나 NSA 개혁방안을 떠들었지만 알맹이는 거의 없다"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