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대한생명 판결파장] 정부 구조조정 추진 난관 봉착

법원의 판결은 사유재산권의 신성불가침성이 국가권력보다 우선한다는 자본주의 정신에 따른 것으로 보이지만, 정부가 추진중인 구조조정 원칙은 이로 인해 심각하게 훼손됐다.이번 법원 판결은 구조조정이란 대의명분 아래 남발되어온 정부의 초법적 행위에 제동을 건 첫 사례가 됐다. 이에 따라 구조조정 작업이 난관에 봉착, 「금융기관을 사금고처럼 이용해 부실을 초래하면서 국민에게 고통을 떠넘기는 행위를 뿌리뽑겠다」던 정부의 의지가 퇴색할 우려가 높다. 그러나 이번 법원판결에도 불구하고 구조조정의 틀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법원 판결 의미= 법원이 최순영 회장의 부실 금융기관 지정 및 감자명령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수용한 것은 「어떤 이유로든 국민의 재산권은 침해될 수 없다」는 원칙에 따른 것이다. 지난 28일 남부지원이 금융감독위원회와 예금보험공사가 제기한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신청을 기각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한마디로 범법자일지언정, 대주주가 나름대로 자구책을 동원, 외국의 펀드를 끌어들여 회사를 정상화시키려 노력했다면 정부는 성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게 법원의 입장이다. 崔회장측이 제기한 부실 금융기관 취소 청구를 기각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정부로 하여금 대한생명을 부실 금융기관으로 지정, 증자명령 등을 발동할 수 있도록 물꼬를 터준 셈이다. 그러나 회사자금을 빼돌리고 무리한 투자를 일삼아 회사에 막대한 손실을 끼친 장본인의 재산권을 과연 인정해주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두고두고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정부 자충수가 위기 초래= 대한생명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던 崔회장이 법정소송까지 동원, 일부 승소 판결을 받게 된데는 금감위의 실수가 한 몫을 했다. 금감위는 당초 대한생명을 부실 금융기관으로 지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국민 부담을 줄이고 비싼 값에 팔아보려고 의욕을 부리다 덜미를 잡히고 말았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주인이 퍼렇게 눈을 뜨고 있는데 재산을 다른 사람에게 넘기려 했던 꼴이다. 금감위가 대한생명 경영상태가 엉망이라는 사실을 파악한 지난 3월에 일찌감치 부실 금융기관으로 지정하고 대주주 지분을 소각, 공적자금을 투입했다면 대한생명 구조조정은 쉽게 마무리될 수 있었다. 결국 교과서에 충실하지 않은 「수험생」 금감위가 요령을 부리려다 시험을 망친 형국이다. ◇구조조정 난관봉착= 어찌보면 이번 법원 판결은 구조조정이란 대의명분 아래 남발되어온 정부의 초법적 행위에 제동을 건 첫 사례로 해석할 수도 있다. 그러나 법원 판결에 따라 구조조정 작업이 난관에 봉착할 경우, 「금융기관을 사금고처럼 이용해 부실을 초래하면서 국민에게 고통을 떠넘기는 행위를 뿌리뽑겠다」던 정부의 의지가 퇴색할 우려가 높다. 예금보험공사 관계자는 『예상치 못한 것은 아니지만 법원 판결이 너무 원칙론에만 치중한 것 같다』며 『회사 돈을 쌈짓돈처럼 마구 퍼내 쓴 사람에게 또다시 기회를 준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예금공사는 지난해 퇴출된 8개 종합금융사 경영진을 상대로 7,000억원대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내놓고 있는데, 이들이 최순영 회장의 승소에 고무돼 조직적인 저항을 벌이게 되면 예금대지급 등에 투입된 공적자금을 회수하는데 애로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상복기자SBHA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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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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