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삼성 금융계열사 제2 혁신] 국내 수익성·해외 볼륨키워 '금융의 삼성전자' 만든다

생명 - 90개 지점 폐점·중국銀과 방카슈랑스 제휴

화재 - 사업단위로 조직 개편·中 이어 美 진출

카드 - 전자 계열사 연계해 국내외 영업 강화


김창수 삼성생명 사장은 지난해 말 취임 후 석달 새 중국을 두 차례나 방문했다. 바쁜 일정을 쪼개 중국 영업현장을 찾은 것은 이곳이 미래를 가를 주무대가 될 것으로 믿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25개 외자계 보험사가 차지하는 시장점유율은 고작 5%. 1,430억달러(지난 2010년 수입보험료 기준)에 이르는 중국 보험시장 규모가 계속 커가고 있음을 감안하면 성장공간은 무궁무진하다.

하지만 삼성생명의 글로벌 성적표는 여전히 초라하다. 삼성생명은 지난해 해외에서 총 233억원(중국 121억원, 태국 112억원)의 손실을 입었다. 특히 중국에서는 지난 2005년 진출 이후 8년째 내리 적자다. '삼성'의 이름값에 한참 못 미친다. 김 사장의 중국 방문은 이런 흐름과 맞닿아 있다. 중국통으로 이름을 날렸던 박근희 전 부회장조차 고전했음을 떠올리면 생명의 글로벌화 진척 여부는 그룹 해외개척의 바로미터가 될 가능성이 크다.


삼성 금융계열사의 맏형인 생명이 처한 현실은 '삼성 금융'이 기로에 섰음을 보여준다. 실적악화로 생존투쟁에 들어가다시피한 삼성증권은 말할 것도 없고 삼성화재와 삼성카드는 지난해 저금리 등으로 하나같이 실적이 나빠졌다. 파도(저금리)는 기세등등하고 연료(성장동력)는 떨어져 바다 한가운데서 길을 잃을 판이다.

이 때문인지 지난해 말 기용된 금융사 최고경영자(CEO)들은 한결같이 '손익' '부가가치' 등을 경영의 키워드로 내세웠다. 삼성그룹의 금융 관련 핵심 관계자는 "국내 시장에서는 수익성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가되 해외에서는 외형성장을 가속화할 것"이라며 투트랙 전략을 시사했다.

◇기로에 선 '삼성 금융', 2단계 해외사업 나선다=삼성 금융계열 사장의 면면을 보면 해외 비즈니스 감각을 갖췄다는 공통점이 있다. 삼성생명의 김 사장은 그룹 비서실, 물산 인사팀장·감사팀장 등을 거친 관리통이자 물산에서 해외 플랜트를 담당해 마케팅에 일가견이 있다. 안민수 삼성화재 사장도 생명에서 미국 뉴욕투자법인장, 자산운용본부장 등을 지냈다. 삼성전자에서 건너온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도 북미총괄 인사담당 상무, 경영지원실 인사팀장, 부사장 등을 역임했다. 경영관리에 초점을 두면서도 해외사업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셈이다. 마른 수건을 짜는 경영을 하더라도 후일 결실을 볼 수 있는 묘목을 키우려는 의도다.


그만큼 위기 국면이다. 해외에서 제일 낫다는 화재만 해도 연간 순익이 지난해 179억원에 그쳤다. 전체 순익 중 해외 비중은 2% 남짓이다. 반면 국내는 보험료 규제 등으로 성장이 힘들다. 해외 볼륨을 불리는 것이 절체절명의 과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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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사장은 오는 2020년까지 해외 비중 10%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올해 미국 시장에서 '미들마켓(중소기업 시장)' 공략을 선언했다. 갤럭시 스마트폰과 이를 통한 '삼성'의 브랜드 후광 효과를 금융 쪽에서도 누리겠다는 의지가 묻어난다. 중국 자동차 사업도 조기에 안정화되도록 고삐를 죄고 있다.

그간 해외에서 부진했던 삼성생명은 올해 모멘텀이 있다. 지난해 말 중국 5대 국유은행인 중국은행이 삼성생명의 중국법인인 중항그룹에 지분을 투자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상반기 중국 당국의 승인이 떨어지면 방카슈랑스 공략으로 중국에서 돌파구를 만든다는 기대감이 적지 않다.

삼성카드는 해외사업이 전무하지만 원 사장의 합류로 변화의 기운이 감돈다. 원 사장은 글로벌 계열사를 활용한 시너지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대캐피탈이 현대자동차와 손잡고 미국에서 재미를 본 것처럼 삼성전자와 연계한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전직 삼성 금융계열사의 한 고위인사는 "외국에서는 2~3년 손해를 보더라도 전략적으로 자금을 투하하는데 삼성 금융사들은 너무 리스크만을 따진다"며 "이런 풍토에서 '금융의 삼성전자'는 요원하다"고 지적했다.

◇내부에서는 질(質) 개선…구조조정 후 시장 주도 포석=안 사장은 최근 삼성화재의 조직체계를 뜯어고쳤다. 기능별로 조직을 장기·자동차·일반 등 사업 단위로 개편했는데 가장 골칫덩이인 자동차 사업에 책임경영제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삼성카드의 원 사장도 최근 안이한 조직문화를 지목하고 나섰다. 원 사장은 간부회의 등을 통해 "금융이 산업 특징상 변화가 적고 보수적이다 보니 직원들이 치열함이 없다"며 "고객들이 스스로 찾아올 수 있게끔 아이디어를 찾아라"고 지시했다는 후문이다. 삼성카드는 특히 삼성전자 제품 대리점에 카드사 직원을 상주시켜 밀도 있게 영업과 연계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삼성생명의 자산 포트폴리오 조정은 김 사장 취임 이후 속도가 더 붙고 있다. 올 1·4분기 보장성보험 판매 비중은 55%(초회 보험료 기준)를 넘었는데 이는 2012년 43%, 2013년 45%보다 10%포인트 이상 웃돈다. 그간 수년 전부터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직원성과지표(KPI)에 보장성보험의 가중치를 높여온데다 김 사장이 삼성생명에 둥지를 틀자마자 손익을 입이 닳도록 외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질(質) 중시 경영'의 여파는 해외 사무소에도 미치고 있다. 4월1일부로 일본 사무소에 나가 있던 본사 부장(소장) 1명을 불러들이고 후임자 파견을 접은 것이다. 영업이 아니라 일본 보험업계 동향 파악, 자료수집 등의 업무라면 굳이 많은 비용을 들일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생명은 20~30명의 설계사를 보유하고 있는 지점을 상대로 구조조정도 단행했다. 1,000여개 지점 가운데 90개가 없어지고 새롭게 70여개가 만들어졌다. 삼성그룹의 한 고위인사는 "앞으로 금융산업의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경우 시장을 주도하기 위한 전략적 판단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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