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게임 급성장 예견… 선데이토즈 등 투자 안목 발군
스타트업 발굴도 잇단 성공
회사 경영 경험 사실상 전무… '김범수 의장' 친정체제 논란
조직원과 빠른 융합도 관건
디음카카오가 10일 올해 만 35세의 임지훈 신임 대표를 내정한 것은 젊은 대표를 필두로 기업의 체질을 '모바일' 시대에 맞게 재정비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PC·웹에서 출발해 모바일로의 이행기를 거쳐 온 이전 세대와는 달리 처음부터 모바일 중심으로 사고하는 인물을 대표로 삼고, 현재의 공동대표(이석우·최세훈) 체제를 단순화해 의사결정 속도 역시 빠르게 하겠다는 것이다.
임 내정자는 케이큐브벤처스에 합류하기 전 소프트뱅크벤처스 수석심사역으로 일하던 2010년에 이후 '애니팡 대박'을 터트린 선데이토즈에 30억 원을 투자해 남다른 안목을 보여 줬다.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모바일 게임이 폭발적인 성장을 할 것이라는 점을 읽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클라우드 강소기업'으로 평가 받으며 2011년 상장한 케이아이엔엑스(KINX)와 나중에 카카오에 인수된 소셜 커머스 벤처 로티플 등에 투자해 성공을 거뒀다.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김범수 당시 카카오 이사회 의장의 '낙점'을 받아 2012년 김 의장이 사재를 들여 설립한 벤처 전문 투자사 케이큐브벤처스의 대표로 영입됐다. 케이큐브벤처스에서는 모바일 게임 '헬로히어로'를 글로벌에서 성공시킨 핀콘과 '불멸의 전사'로 이름을 알린 레드사하라 등 게임사를 비롯해 개인화 기반 추천 서비스 '왓챠'를 개발한 프로그램스, 관심사 기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빙글'에 투자하는 등 잠재력 있는 모바일 스타트업을 발굴해 왔다. 김 의장은 과거 "(당시) 임 대표와 이야기하면 투자자가 아니라 벤처 기업가와 이야기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는 소감을 주변에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스타트업 투자에서 성공 스토리를 써 온 임 내정자가 9월23일 정식으로 대표로 선임되면 다음카카오의 변화 속도를 큰 폭으로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다음카카오 관계자는 "분명한 것은 회사의 경영 과정이나 서비스 출시 속도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날 최세훈 공동대표는 보도자료를 통해 "앞으로 시작될 진정한 모바일 시대를 이끌어갈 적임자라고 판단해 추천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투자나 기업 분석을 주로 해 온 임 내정자가 지난해 10월 합병 이후 시총 8조원의 IT 공룡으로 크고 있는 다음카카오의 변화를 효과적으로 이끌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최 공동 대표가 물러난 뒤에도 임 내정자를 적극 돕는다는 입장이지만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카카오 중심의 조직 개편으로 다음 출신의 불만이 있는 상황에서 '김범수의 남자'가 단독 대표로 내정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