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나이들기전 칭기스칸 그려보고 싶었죠"

'말에서 내리지 않는 무사' 펴낸 허영만

"칭기스 칸은 우선 살아남아야 다음 일이 있다고 생각했던 사람이죠. 그래서 마누라를 두고 도망가기도 하고 자기 가는 길에 방해가 되면 누구라도 과감하게 처단했고요. 개인적으로 보면 인간적이지 못하고 자기 중심적일 수 있지만 자기 자신보다는 큰 덩어리를 보는 사람이었죠. " '타짜', '식객'의 만화가 허영만(64ㆍ사진)이 칭기스 칸의 삶을 담은 만화 '말에서 내리지 않는 무사(김영사 펴냄)'를 내놓았다. '식객'이후 8년 만의 신작이다. 8일 서울 중구 정동의 한 음식점에서 기자 간담회를 연 작가는 "통신시설도 없고 문명이 없는 시대에 어떻게 그렇게 넓은 땅을 점령할 수 있게 됐는지 궁금했다"며 "나이가 있으니 더 힘이 떨어지기 전에 그려보고 싶어서 (작품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 해 5월부터 작품을 시작한 그는 1년에 네 권씩 3년 안에 작품을 완성할 계획이다. 허 작가는 작품을 구체화하기 위해 그동안 세 차례 몽골을 찾아 칭기스 칸의 흔적을 취재했다. 하지만 유목민의 역사라 자료를 찾기도 힘들고 책을 봐도 연대기가 잘 맞지 않았다고 한다. "칭기스 칸 박물관을 갔는데 말 발굽 하나 있지 않더라고요. 그림도 석 장에 불과하고. 그래서 오히려 중간에 이야기를 끼어 넣을 여지가 많았고 약 40%를 픽션으로 그렸습니다." 작품은 그가 '각시탈(1974)'이후 30여 년 만에 펴내는 역사극이다. 그는 "4만명의 싸움을 그리려면 적어도 인물이 100명은 나와야 한다"며 "소설이었다면 '4만명이 싸웠다'라고 하면 그만일 장면을 그리려니 너무 힘들어서 다시는 사극을 하고 싶진 않다"고 말했다. 작품 제목은 그가 읽은 책에서 따왔다고 한다. "지금까지 나온 '칭기스 칸'이라는 제목이 수십가지는 되기 때문에 피하고 싶었다"는 작가는 "책을 읽다가 발견한 '칭기스 칸은 전쟁터를 떠나지 않았고 평생 말에서 내리지 않았다'는 부분이 맘에 들어 제목으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이 작품은 지난해부터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연재되고 있는데 보통 무료로 공급되는 다른연재물과 달리 유료로 제공되고 있다. 허 작가는 "장편 만화가 만화 시장을 이끌고 있지만 원고료만으로는 '식객'이나 '말에서 내리지 않는 무사'처럼 스케일이 큰 대작을 만들 수 없다"며 "인터넷으로 인해 만화가 공짜라는 인식이 팽배해져 있는데 여기에서 벗어날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간담회 초반 "출간 기념회는 좋은 일인데 박(영석) 대장 때문에 우울한 나날을 보냈다. 좋은 일과 나쁜 일이 겹친다"고 쓸쓸하게 말문을 연 그는 "박 대장의 실종 즈음 인터넷 연재를 하면서 배경만 그린 적이 있는데 박 대장에 대한 오마주도 들어 있다"며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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