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조선·건설·화학 백조로 거듭나나

업황 회복 기대감에 저가 메리트도 부각… 코스피 하락에도 상승


국내 증시의 미운 오리로 취급 받았던 조선ㆍ건설ㆍ화학 업종이 백조로 거듭나고 있다. 업황 사이클이 상승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어 실적이 바닥을 딛고 일어설 것이라는 기대감이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4일 유가증권시장에서 건설업종지수는 전날보다 1.38% 오른 136.90포인트에 장을 마쳐 닷새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다. 이날 코스피지수가 0.04% 하락한 것과 비교하면 뚜렷한 강세다. 8월23일부터 9거래일 동안 건설업지수가 하락한 날은 단 하루. 이 기간 10% 넘게 상승했다.


운송장비업종도 상승 기미가 엿보인다. 운송장비업종은 이날 0.38% 오르며 이틀 연속 이어지던 내림세에서 돌아섰다. 운송장비업종지수를 끌어올린 종목은 조선주로 한진중공업이 3.63% 올랐고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ㆍ대우조선해양도 각각 1% 내외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화학업종의 최근 분위기도 좋다. 화학업종은 이날 0.11% 오른 것을 포함해 최근 3거래일 동안 2.37% 상승했다. LG화학이 이날 0.86% 오르면서 5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이 기간 외국인과 기관이 연일 쌍끌이 매수에 나섰다. 한솔케미칼과 코오롱인더스트리ㆍ에이블이엔씨ㆍSKC도 2%가 넘는 오름폭을 나타냈다.

그동안 국내 증시에서 찬밥 신세를 면치 못했던 건설과 조선ㆍ화학 업종이 최근 강세를 나타내는 가장 큰 이유는 업황 회복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건설업종의 경우 정부의 부동산대책에 따른 주택 경기 회복세가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고 중국 구매관리자지수(PMI)지수 상승으로 화학주의 실적 기대감이 커졌다. 조선업종은 유럽 경기 회복세로 발주물량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은성민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국내 주택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과 해외 플랜트 발주 증가로 1ㆍ4분기 GS건설을 포함해 큰 폭의 어닝쇼크를 기록했던 건설주의 실적에 대한 전망이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8월 중국 PMI지수가 50을 넘어선데다 하반기 8%대의 성장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면서 화학업종 투자심리도 개선되고 있고 유럽 경기가 살아나면서 조선사의 수주잔액도 증가세로 돌아서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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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 8월 기준 국내 건설사의 해외 수주 누적금액은 397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0% 이상 늘어났다. 컨테이너선 발주물량 역시 현재 128만TEU(20피트 규모 컨테이너) 수준으로 연초 예상치 100만TEU를 이미 넘어섰다.

일각에서는 실적 기대감보다 가격적인 매력도가 건설과 조선ㆍ화학주의 주가 상승을 이끌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전기전자와 자동차 등 대형주의 주가가 오를 만큼 오른 상황에서 아직까지 바닥 수준에 머물러 있는 이들 업종으로 매기가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3일 종가 기준으로 건설업종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87배로 현재 주가 수준이 장부가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조선업종과 화학 업종의 PBR도 각각 1.08배, 1.19배 수준으로 정보기술(IT) 업종(1.50배)과 비교해 저평가돼 있다.

이종우 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업황이 바닥에서 반등하는 신호가 나타나는 것은 분명하나 실적에 본격적으로 반영되기까지는 아직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며 "따라서 건설업종과 조선ㆍ화학업종이 최근 상승 흐름을 나타내는 것은 실적에 대한 기대감보다 가격적인 측면에서 부각되는 영향이 더 큰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그는 이어 "저가 메리트에 기반한 주가 상승은 저점 대비 40%가량 오른 후 다른 쪽으로 이동하게 된다"며 "건설과 조선ㆍ화학주 역시 실적이 주가를 끌어올리기보다는 단기 상승 흐름을 나타낸 후 횡보 국면으로 진입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조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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