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 '녹색 아편'이 드러낸 중국의 속살

■ 금지된 게임 (댄 워시본 지음, 비즈니스맵 펴냄)

중앙정부 "금지"에 지방은 앞장… 10년간 새로생긴 골프장 수백개

저우·왕리보·마틴 세 인물 삶 통해

부정부패·빈부격차·환경오염 등 현대 중국 모순의 현장 낱낱이 짚어



미국과 어깨를 견주는 'G2' 중국. 이 거대한 가능성의 나라는 그동안 정치, 역사, 인물, 심지어 음식 등 다양한 접근을 통해 수차례 대중에 소개됐다. 그래도 '골프'라는 스포츠를 매개로 엄청난 변화를 겪고 있는 중국을 들여다본 적은 단 한 번도 없는 것 같다. 책은 '녹색 아편'이라 불릴 정도로 금기시됐던 중국의 은밀한 골프 문화를 파고들며 이 나라가 빚어내는 복잡한 문제와 민족성, 모순의 현장을 짚어냈다.

골프라는 매개체부터가 중국이란 국가의 모순을 드러낸다. 지난 10년간 중국에선 수백 개의 새로운 골프장이 문을 열었다. 놀랍게도 이 기간 신규 골프장을 건설하는 것은 중앙 정부로부터 엄격한 통제를 받았다. 베이징의 골프장은 70개가 넘지만 이중 허가된 골프장은 2개 남짓이다. 실제는 어떨지 몰라도 공식 통계상 중국의 골프인 인구는 0명이다. 언론인인 저자는 중국 골프와 관련된 세 명의 인물의 삶을 추적하며 현대 중국의 속사정을 들여다본다.


첫 번째 인물은 프로골퍼 저우. 그는 중국에서 가장 가난한 성(省) 중 하나인 구이저우성 출신으로 골프장 보안요원에서 프로골퍼로 성장한, 골프를 신중산층에 진입하는 수단으로 여기는 부류의 일면을 보여준다. 두 번째 인물은 보유 토지를 골프장 건설을 극비리에 추진하는 개발 건설사에 재빠르게 팔아 넘긴 뒤 그 돈으로 상점을 차려 안정적인 삶을 살게 된 벽돌공 출신의 '왕리보'다. 마지막 인물은 외국인이다. 골프장 건설 프로젝트 매니저로 중국의 생리를 적절하게 활용해 뛰어난 수완을 보이면서도 여전히 경찰들의 눈치를 살피는 미국 경영인 마틴이 그 주인공이다. 출신도, 상황도 다른 세 사람의 교집합은 골프. 저자는 세 사람의 삶의 궤적을 관찰해 나가며 오늘날 중국의 속살을 펼쳐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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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컨대 마틴의 이야기를 전개하며 중앙 정부의 골프장 건설 금지 조치에도 지방정부가 골프장 건설에 앞장서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소개한다. 왜일까. 저자에 따르면, 골프장은 대규모 개발 사업으로 많은 토지가 필요하다. 그런데 그 토지의 주인은 다름 아닌 지방정부다. 중국 지방정부 수입의 20~50%가 토지 매각에서 나온다는 점을 고려하면 중앙과 지방의 엇박자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콴시'라고 불리는 중국의 인맥 중시 관행도 골프 개발에서 어김없이 나타난다. 대부분의 성공한 개발업자들은 중앙정부의 금지령과 상관없이 지방 관료들과 탄탄한 콴시를 유지하는 일만 전담하는 직원을 보유하고 있을 정도다.

왕리보의 인생은 가난한 벽돌공이 상점주로 거듭나는 나름 성공의 케이스로 보이지만, 급속한 개발이 빚은 어두운 면도 제시한다. 골프장 부지에 포함된 땅을 소유한 농민들은 골프장이 무엇인지조차 모른 채 팔거나, 무기력하게 저항하는 2개의 선택지 앞에 놓인다. 물론 저항의 대가는 무자비한 불도저다. 왕리보는 마을 주민 중 가장 먼저 땅을 팔아 이익을 챙겼다는 점 때문에 일부 이웃들과는 담을 쌓고 살게 됐다. 왕리보는 말한다. "삶의 질은 점점 나아지고 있습니다. (중략) 오늘날 우리의 관심은 어떻게 돈을 버는가에만 집중돼 있습니다. 마을 사람들 간의 관계도 더 이상 예전처럼 가깝지 않고요."

녹색 아편이라는, 금지된 게임을 통해 저마다의 '차이나 드림'을 꿈꿨던 세 사람. 이들의 성공 여부와 상관없이 그들이 지나온 시간 속의 중국은 부정부패와 빈부격차 심화, 환경오염 등 경제발전의 부작용을 중심으로 서술된다. 애초 저자가 '중국에서의 골프의 도입과 성장'을 '개도국에서 선진국으로 서툴게 발돋움하는 나라의 썩 아름답지 못한 현실을 상징한다'고 표현했듯 말이다. 1만 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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