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가정 형편에도 시골의 장애인들을 헌신적으로 돌보고 있는 집배원이 있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경남 의령군 부림면 신반리 신반우체국 집배원 안병길(安秉吉ㆍ49ㆍ사진)씨. 24년째 시골 집배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그는 시골 구석구석을 하루 70㎞씩 돌며 우편물을 전달하지만 진짜 이웃에 배달하는 것은 마음속에 가득 담긴 사랑이다. 지난 80년부터 집배원 생활을 시작한 안씨는 가정형편이 어렵고 병석에 있는 장애인들에게 부모 자식보다 더 소중한 존재다. 안씨는 기차사고로 두 다리를 잃어 지체장애 1급인 박모(63)씨가 좁은 주택 통로에서 휠체어조차 움직일 수 없자 직접 팔을 걷고 사비까지 털어 통행로를 만들어 준데 이어 뜻 있는 이웃들과 힘을 모아 아예 집까지 새로 지어 줬다. 혼자 살면서 거동이 불편한 뇌병변 장애 1급인 성모(72)씨는 안씨가 방문해야만 겨우 움직일 수 있어 하루종일 손꼽아 기다릴 정도다. 안씨는 또 배달구역 내 중증 장애인 10여명이 함께 생활하는 '사랑의 집'이 비인가 시설이어서 정부지원이 전혀 없자 박봉을 쪼개 수시로 쌀까지 전달하는 등 이웃에 대한 사랑실천은 끝이 없다. 주민들은 안씨에 대해 "누구 집에 수저가 몇 개인지도 알 수 있을 만큼 구석구석 이웃들의 속마음까지 훤하게 알고 있는 집배원"이라며 칭송이 자자하다. 배종현(裵鍾玄ㆍ39) 신반우체국장은 "안씨가 워낙 묵묵히 선행을 실천해 함께 근무하는 직원들조차 제대로 몰랐을 정도"라며 "업무에 성실한 안씨가 지역주민과도 진정 하나되는 모습을 보여 너무 고맙고 흐뭇할 뿐"이라고 말했다. 안씨는 "산업화와 농촌인구의 고령화로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독거노인과 의지할 곳 없는 장애인들에게 조금만 관심을 가진다면 정말 우리가 사는 세상이 아름다울 것"이라고 말했다./황상욱기자 sook@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