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고용창출 敵은 글로벌리즘?

중요한 선거를 앞둔 미국과 한국에서 나오는 공통된 이슈는 일자리 창출이다. 거시지표상으로 경기가 바닥을 치고 고개를 들고 있지만, 새로운 일자리가 거의 생겨나지 않고 있다는 여건도 비슷하다.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가장 주목하는 통계가 고용통계다. 최근 3~4개월 동안 일자리가 조금이나마 늘었다는 뉴스에 부시 대통령은 감세 정책이 효력을 나타내고 있다고 자화자찬했다. 이에 비해 민주당과 의회 지도자들은 미국의 일자리를 중국과 인도와 같은 저임금국에서 뺏어가고 있기 때문에 통상압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부시 행정부에 압력을 넣고 있다. 미국 경제는 지난해 3ㆍ4분기에 8.2%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고, 4ㆍ4분기에도 5%대의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이 기간에 새롭게 만들어진 일자리는 극히 미미하고, 국민들이 피부적으로 경기 회복을 느끼기에 충분치 않다. 모건스탠리의 수석이코노미스트 스티븐 로치는 이 현상을 글로벌 기업의 `노동 헤지`라고 표현했다. 다국적 기업이 불황을 맞아 임금이 낮은 곳으로 생산공장을 옮기기 때문에 과거와 달리 경기가 회복되어도 일자리 창출이 어렵다는 것이다. 국제적 노동 이동의 피해는 저임금국으로 분류되고 있는 멕시코도 마찬가지다. 80~90년대에 미국의 많은 기업들이 80~90년대에 멕시코로 공장을 이전했다. 하지만 멕시코도 최근 들어 평균임금이 3분의1에 불과한 중국에 일자리를 빼앗기고 있다. 멕시코의 대미 수출은 99년까지 증가하다가 그 이후 감소하고, 중국은 99년 이후에도 수직상승하고 있다. 멕시코에 진출했던 다국적 기업이 중국으로 공장을 이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26일 글로벌 노동 이동의 불가피성을 제시했다. 그는 영국 재무부 주최 컨퍼런스에 보낸 위성 메시지를 통해 “(선진국의) 저임금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얻는 게 점점 더 힘들어지는 것이 글로벌 추세”라면서 “그렇지만 보호무역주의를 통해 자국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생각은 오히려 세계 경제를 악화시키는 원인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선진국 일자리 창출의 최대 적은 글로벌리즘이다. 정치인들은 표를 얻기 위해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목청껏 외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자유무역주의의 불가피성을 받아들이고 있다. 글로벌 시장의 도도한 흐름은 정치인들로 하여금 이율배반적 행동을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뉴욕=김인영특파원 in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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