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끝없이 진화해왔고 그 와중에서 수컷과 암컷의 역할도 변해왔다. 인류학자들은 남성들의 위상과 역할에 대한 논의를 계속해 왔고 그런 논쟁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남성에 대한 인식도 급격하게 바뀌고 있다. '한 집안을 이끌고 보호하는 남자'에서 '자식들과 충분히 교감하면서 사랑하는 사람을 양육하는 사람'으로 변화됐다. 남성의 여성화도 거론된다. 그렇다면 남성들은 진화한 것인가. 퇴화한 것인가.
'남성 퇴화 보고서'는 고고학자이자 고인류학자인 저자가 분석한 남성의 변화상이다. 저자는 현대남성의 진화상황을 분석하기 위해 2만 년 전 네안데르탈인부터 현존 원시 부족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자료를 분석한 뒤 남성중심의 신화는 무너졌다고 지적한다. 남자는 발전하지 못하고 오히려 퇴보했다는 것이다.
미국 권투 영웅 무하마드 알리는 고대 올림픽에 참가했던 그리스의 섬 타소스 출신 권투 챔피언 테오게네스와 경쟁이 안된다. 알리는 21년간 61번의 경기를 치렀지만 테오게네스는 22년간 1,400번의 경기를 치렀다. 외모에 관심이 많기로 유명한 데이비드 베컴은 헤어스타일뿐만 아니라 메이크업까지 하며 끊임없이 자신을 변신시킨다. 하지만 샤프론 색깔의 흙가루인 마카라를 구하려고 1,400킬로미터를 걸어가는 일도 마다하지 않은 우다베 남성들에 비하면 명함도 못 내민다. 현대 남성이 2만년 전의 여성과 만나 팔씨름을 한다면 이길 수 있을까.
저자는 고증과 연구자료를 토대로 남성이 이룩한 세계가 무너져 내리고 있는 현실과 진화를 멈춘'수컷들'의 얘기를 하나씩 하나씩 거론한다. 1만5,000원
'아빠의 이동'은 살림하는 아빠와 돈 버는 엄마를 주제로 변화하는 가족 현상을 분석한다. 말하자면 늘어나는 '주부 아빠'(stay-at-home Dad)의 모습을 통해 가정문화의 평등주의를 강조한다. 사회학자 알리 혹스카일드는 1980년대 말 미국 맞벌이 부부 50쌍의 행태를 연구한 결과 워킹맘들이 여전히 육아와 청소를 주로 담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는 여성들이 퇴근하고 나서 집에 돌아오면 기다리고 있는 일을 '2차 근무'(second shift)라고 칭했다. 하지만 2차 근무는 사라지고 있다. 20세기의 육아가 전적으로 여자들 몫이었다면 21세기 육아는 부부 공동의 책임이 됐다. 저자는 '남자=경제, 여자=육아'로 이뤄졌던 전통적인 가정의 모습을 탈피해, 주부 아빠가 풀타임 혹은 파트타임으로 아이를 돌보는 가정, 호모나 레즈비언 가정 중 아빠가 아이를 돌보는 집, 전통적인 롤모델에 따라 아빠가 돈벌이를 겸한 가장 노릇을 하는 가정 등 다양한 가정의 형태 속 육아형태를 모두 다룬다. 저자의 논조는 개방적이다. 그는 주부 아빠의 등장을 21세기 사회변화에 따른 양육형태의 변화로 본다. 그리고 다양하고 적절한 사례들을 통해 과거와는 전혀 다른 형태의 가족 이야기를 다룬다. 무엇보다 저자가 자신의 경험을 가감 없이 기록했다는 점이 특이하다. 1만3,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