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과학기술위원회가 지난 8일 '산학연 라운드테이블'을 출범하고 첫 회의를 개최했다. 앞으로 분기별 모임을 정례화해서 인력 및 연구 개발 교류에 필요한 의제를 도출하고 주체 간 이견을 조정함으로써 개선 방안을 마련해 나간다는 구상이다.
산학연 협력은 국가 연구 개발 역량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강조돼 왔다. 하지만 그 필요성과 다양한 시도에도 불구하고 활성화까지는 아직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특히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고 있는 산연, 산학 협력에 비해 학연 협력은 갈 길이 더욱 멀다.
한정된 국가 자원을 공유할 수밖에 없는 연구 개발 주체들은 서로를 협력 파트너로서보다 경쟁자로 의식하기 쉽다. 선의의 경쟁은 발전과 도약을 이루는 자극제가 되기도 하지만 경쟁에만 치중해 협력을 등한시할 경우 더 큰 성과를 놓칠 수도 있다. 협력의 결과물은 대개 개별 주체 간 발전의 합보다 크기 때문이다. 기초연구 중심인 대학과 응용 및 실용화 연구를 중심으로 하는 정부출연연구소가 적극 협력할 경우 윈윈을 넘어서는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
출연(연)과 대학 지주회사 간 협력이 그 한 예가 될 것 같다. 박사급 연구 인력의 67%를 확보하고 있는 대학은 우수 특허기술의 보고다. 하지만 사업화되지 못한 채 묻혀 있는 기술도 많다. 이를 개선할 목적으로 도입한 것이 산학협력기술지주회사인데, 아직은 설립 초기 단계라 노력만큼의 성과 창출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출연(연)은 상대적으로 실용화 및 마케팅 경험이 풍부하고 산업계에 대한 기술 확산 네트워크도 탄탄하다. 따라서 출연(연)이 대학의 원천기술을 발굴해 사업화하는 상시협력 체제를 구축할 경우 숨겨진 원석을 보석으로 가공하는 일이 수월해진다. 이 보석을 이전 받는 우리 산업계가 한층 빛을 발하게 될 것은 자명하다.
이제는 경쟁보다는 협력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콜래보경제학(Collabornomics)'의 시대다. 대학의 원천기술과 출연(연)의 실용화 기술을 융ㆍ복합해 사업화 역량을 강화함으로써 국가 연구개발(R&D) 생산성을 극대화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