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이광구 차기 우리은행장 내정] 시작도 전부터 상처입은 리더십… 민영화 작업 험로 예고

"정치권 연줄 있어야 하나"… 직원들 '외부 힘' 작용에 실망

망가진 영업력 회복도 숙제… 부행장급 대대적 물갈이할 듯



행장추천위원회가 본격적으로 열리기도 전에 내정설로 조직을 뒤흔들어놓았던 이광구(57·사진) 부행장이 결국 차기 은행장으로 최종 결정됐다.

하지만 이 내정자는 리더십에 치명적인 상처를 안고 시작하게 됐다. 해결해야 할 숙제가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우리 금융산업 전체에서도 다시 한 번 확인된 '정치금융'의 상흔을 어떻게 씻어내야 할지를 재확인시켜줬다.


당장 인선 과정에서 외부의 힘을 얻어 이순우(64) 현 우리은행장과 경합하는 모습을 비쳐 조직원들은 큰 상처를 입었다는 평가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직원들은 최고경영자(CEO)를 하려면 정치적인 연줄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됐다. 이렇게 되면 내부 업무를 쳐다보기보다 외부 얼굴 찾기에 더 집중하게 된다"고 말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서금회(서강대금융인모임)니 뭐니 직원들이 혼란스러워 한다. 결국 우리은행은 관치구나 하는 패배감도 느끼고 있다. 차기 행장은 조직 안정을 되찾고 혼란스러운 인선 과정이 벌어지지 않도록 방법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패로 끝난 민영화 추진과 망가진 영업력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도 관건이다. 경영권 지분 매각이 물 건너가고 소수지분 매각 또한 우리은행 직원과 고객들에게 강매한 것 외에는 0.4%(약 250만주) 남짓의 지분만 팔려 사실상 실패했기 때문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증권·보험·자산운용 등 금융계열사를 새로 사들이든지 좋은 조건에서 타 금융기관과 협업을 이른 시일 내에 진행해야 한다"면서 "기준금리는 내려가고 순이자마진은 줄어드는 상황에서 더 늦어질수록 경쟁사 대비 경쟁력이 뒤떨어지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행장에서 이 부행장으로 권력이 이양되면서 임원들의 대대적인 물갈이가 예상된다. 당장 오는 8~9일 임기를 앞둔 임원 중 이 내정자보다 선배 내지 나이가 많은 인물들, 경합한 얼굴들은 교체될 것이라는 평가다.

그 과정에서 이 내정자가 서강대 라인을 포함 '홍콩 라인'을 챙길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 내정자는 지난 2003년 홍콩지점장, 2007년 홍콩우리투자은행 조사역 등 홍콩에서 경력을 쌓았다.

박태용 부행장, 이용권 부행장 등의 임기는 8일이며 권기형 부행장, 유구현 부행장, 남기명 부행장, 정기화 부행장 등은 9일이다. 이동건 수석부행장도 30일 임기를 앞두고 있다. 차기 행장이 인적쇄신 차원에서 인사폭을 크게 가져갈 가능성도 있어 상무급 이하 임직원 인사도 주목된다. 상무급 임원은 10명이며 대부분 올해 말 임기 만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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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방한때 로고 찍힌 모자로 은행 홍보한 '아이디어 뱅크'

■이광구 누구인가

이광구 우리은행장 내정자는 '서금회' 논란으로 개인적인 능력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감춰져 있지만 실력파 임원임은 부인할 수 없다.

그는 우리은행 차세대 먹거리 달성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내정자는 일전 서울경제신문과의 만남에서 서강대를 비롯한 수 곳의 대학가를 '우리은행' 주거래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 내정자가 실무진에 있을 당시만 해도 시중은행들의 대학교 공략은 사실상 전무했다. 이 내정자는 모교인 서강대를 방문해 담판을 짓고 주거래은행으로 만들었고 이 같은 경험에 더해 연세대 등 다른 수 곳의 대학들까지 파란색 깃발(우리은행 상징색)을 꽂았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광구리(이광구 부행장 별명) 부장의 지시로 대학가를 포함해 종교단체·병원 등 우리은행에 도움이 될 만한 거래처들을 수없이 돌아다녔던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아이디어가 풍부한 사람이라는 평가도 있다. 지난 8월.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한했을 때 우리은행 로고가 찍힌 모자 50만개를 마련하고 교황 수행원 등이 사용할 1,000여개의 우산을 제작하자는 아이디어는 이 내정자의 생각에서 비롯됐다.

우리은행 입장에서는 전 세계 미디어가 주목하는 국가적인 행사에 브랜드를 노출하는 기회를 얻게 된 셈이다.

한편으로는 위트도 갖고 있다. 이 내정자의 집무실에는 본인의 사진이 걸린 배너를 세워놓고 있다. 그는 배너 사진 속에서 고깔모자를 쓰고 익살스러운 표정을 짓고 서 있다. 그는 직원들이 포토숍 작업 등을 통해 선물해준 것이라며 소중히 간직하고 있었다. 집무실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웃음꽃이 피는 셈이다.

추진력이 강하고 완벽을 추구하는 사람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우리은행의 한 간부는 "추진력이 강하다. 다그치는 성격은 아닌데 지시가 명확하고 판단이 빠르다. 그러다 보니 직원들이 우왕좌왕할 일이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저돌적이다. 한 번 결정이 되면 끝장을 보는 스타일이다. 본인이 옳다고 생각하면 기어코 쟁취해냈다"고 말했다.

다만 이순우 현 행장과 비교했을 때 대인관계가 폭넓지는 않은 편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임원들끼리 하는 식사 자리에서 말이 많은 편이 아니다. 대인관계도 현 행장에 비하면 조금 떨어진다고 할 수 있다. 다만 개인적으로 친분 있는 사람들에게는 살갑게 대하는 것 같다. 명절 때는 기사나 비서들한테 직접 본인이 쓴 카드나 선물을 전달해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약력 △1957년 충남 천안 △1976년 천안고 △1980년 서강대 경영학과 △1979년 상업은행 △2002년 전략기획단 부장 △2003년 홍콩지점장 △2008년 개인영업전략부장 △2009년 광진성동영업본부장 △2011년 경영기획본부 집행부행장 △2012년 개인고객본부 집행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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