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판문점경비 북요원 접촉] "소설로 이미 예견했다"

「내가 남 이병과 함께 휴전선을 넘은 날은 부슬부슬 비가 내리던 밤이었다. 그 동안의 경험으로 절대 불시 순찰이 없을 시간을 골라 같이 북행했지만 안심할수는 없었다. 북쪽 친구들은 진심으로 남성식을 환영했다. 성식은 금방 경필 형(북한군)과 친해졌는데, 경필은 성식에게 초상화를 그려주기도 했고, 팔뚝만한 오동나무 가지를 잘라 대검으로 목각인형을 조각해주기도 했다」최근 판문점 한국경비병들이 분계선을 넘어 북한군과 30여 차례나 접촉하면서 각종 선물을 받고, 살인사건에까지 연루된 것으로 의심되는 사건이 발생한 것과 거의 똑같은 내용을 소재로 지난해 1월 민음사에서 출간한 신예작가 박상연씨(26·사진)의 소설 「DMZ」의 한 토막이다. 작가의 상상력이 현실을 앞지르고 있어 잔잔한 화제를 모으고 있다. 『나의 관심은 통일이 아니라 분단에 있다』라고 강조하는 박상연씨는 소설 「DMZ」에서 판문점의 남북의 경비병들이 이데올로기와는 상관없이 휴전선 이북에서 몰래 만나 인간애를 나누다가 불의의 사고로 서로 총기를 난사하는 사건을 그리고 있다. 그들 병사들은 온갖 잡담을 나누면서 하나의 민족임을 깨닫는 과정을 겪는다. 그러나 북측 초소에서 잡담을 나누다가 갑자기 비상 사이렌이 울리자 서로를 의심하다 총을 난사하게 되는 것. 소설은 판문점 북쪽에서 벌어진 의문의 총격사건을 한국인 혼혈 출신이자 스위스 국적의 중립국 감독위 소속의 한 중령이 수사해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물론 현실 속에서는 북한 노동당 작전부 소속 「적공조」요원들이 고도의 심리전술로 남한의 사병을 포섭한 것으로 알려져 엄청난 파문이 일고 있는 상황이다. 1년전 출간된 가상소설 「DMZ」에서 군사분계선을 넘나드는 남북한 병사의 우정이 파국으로 끝났듯이, 현실 속에서도 최전방에서 「적과의 내통」이라는 큰 충격과 함께 분단문제가 우리에게 얼마나 큰 멍에인가를 확인해주고 있다. 【이용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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