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공기업 '新기업가 정신' 덧입다

[공기업, 新기업가 정신으로 달린다]<br>"이윤창출은 선택 아닌 필수"… 창조적 파괴·군살빼기 한창


"이윤이란 창조적 파괴행위를 성공적으로 이끈 기업가의 정당한 노력의 대가다. 기업가가 새로운 이윤을 얻기 위해선 새로운 창조적 파괴를 이끌어 내야 한다."

지금부터 100년이 조금 안 된 1912년 경제학자 죠셉 슘페터는 '경제발전론'에서 창조적 파괴와 이를 주도하는 기업가 정신을 강조했다.


20세기에 진입하면서 기술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자, "기업의 원동력은 기술혁신을 통해 낡은 것을 파괴, 도태시키고 새로운 것을 창조해 변혁을 일으키는 것"으로 본 것이다. 또 "혁신적인 기업가의 창조적 파괴행위로 생산요소가 새롭게 결합되면서 파생돼 나오는 것이 이윤"이라고 말했다.

그로부터 90여 년이 지나 세계적 경영학자인 피터 드러커는 'Next Society'에서 "기업가 정신을 실천하는데 있어 단연 1등은 한국"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이나 프랑스가 80~100년 만에 이뤄낸 경제발전을 한국이 40년 만에 달성할 수 있었던 힘은 기업가 정신이었다는 찬사다.

지난 50년간 한국경제의 기적을 이끌어온 기업가 정신을 공기업으로 확산시키는 작업이 시작됐다. 이명박 대통령은 "공공기관이 서야 국가경쟁력이 살아난다"는 모토 아래 6차례에 걸쳐 선진화와 구조조정을 단행해 공기업의 체질을 바꾸는 성과를 얻었다.

공기업이 몸집을 줄이면서 앞으로 달려갈 수 있는 준비가 됐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3월9일 공공기관 선진화 우수사례 워크숍에 참석해 공기업들에게 '신(新) 기업가 정신'이라는 새로운 화두를 던졌다.


윤 장관은 "공공기관이 개발연대 시절에 산업화를 견인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지만, 이제는 새로운 역할과 기능을 모색할 시점이 됐다"며 "해외진출 등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신 성장동력을 발굴해 내기 위해서는 과거와는 다른 '신 기업가 정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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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의 기업가 정신은 개별 기업 자체의 성장과 발전뿐만 아니라 국가경제 발전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경제발전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은 많다. 아담 스미스는 분업을 꼽았고, 마샬은 기술을, 하이에크는 지식의 분산을, 노스는 제도를, 바로는 경제적 자유를, 헌팅턴은 문화를, 루카드는 연구개발(R&D)을 성장의 원동력으로 지목했지만 기업가 정신은 그 모두를 컨트롤하는 철학인 셈이다.

신 기업가정신은 늙지 않는 100년 기업, 미쉐린을 통해서 엿볼 수 있다. 미쉐린은 프랑스 지방기업에서 출발해 타이어 산업의 세계 1, 2위를 다투는 글로벌 업체로 컸다. 창업 후 120년 동안 브랜드 이미지와 품질, 수익성을 업계 최고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앞서 언급한 '창조적 파괴', '신 기업가 정신'을 실천했기 때문이다. 미쉐린은 기술과 마케팅, 사업 부문에서 3차원 혁신을 부단히 추구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미쉐린이 "혁신을 통해 젊음을 유지할 수 있었다"며 ▦하이테크 기술 혁신 ▦하이터치 마케팅 혁신 ▦사업 도메인 혁신 등 세 가지를 주목했다. 또 지속적으로 기업가 정신을 발현할 수 있었던 힘은 지치지 않는 3대 안티 에이징 메커니즘이 존재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안티 에이징의 첫째는 '정신적 안정'이라는 관점에서 10년 후를 내다보는 전문적 시각에서 경영에 몰두할 수 있는 경영 파트너 제도를 통해 장ㆍ단기적 안목을 겸비한 경영리더십을 갖췄다는 점이다. 공기업에게는 경영이 연속성을 유지할 수 있는 중장기 플랜의 수립과 실천이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둘째는 '균형 있는 섭생'으로 프랑스 장인정신과 미국식 효율경영의 장점을 조화시켜 고유한 경영 스타일로 승화해냈다는 점이다. 그리고 마지막은 '꾸준한 운동' 측면에서 호황이든 불황이든 흔들리지 않고 도전을 계속한 점이 젊음을 유지하는 비결이라고 봤다. 결국 주변환경이 변화무쌍하게 바뀌는 상황에서도 이를 뚫고 나가기 위해 긴장감 넘치는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전문가들은 쇠퇴하는 기업의 특징으로 ▦현재의 성공에 안주하고 ▦부서간 높은 장벽을 치고 ▦실속 없는 전시성 관리를 하고 ▦보신주의ㆍ적당주의가 팽배해 있고 ▦우수한 직원이 떠나고 ▦진실한 정보가 위로 전달되지 않는 것 등을 들었다.

공기업도 민간 기업과 마찬가지로 이윤 획득이 필요하다. 생존을 위해서도 이윤을 창출해야 하고, 미래에 대비한 투자를 위해서도 이윤을 만들어내야 한다. 기업가 정신도 현재의 생존과 미래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꼭 있어야 한다.

공기업 CEO의 임기는 짧지만 공기업의 미래는 무한하다. 신 기업가 정신을 구현하는 공공기관은 자발적이고 능동적인 자세로 기관의 특성에 맞는 선진화 정책을 추진함으로써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해 국가경제 발전에 큰 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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