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대표는 이날 오후 뉴욕에 위치한 유엔본부를 찾아 반 총장과 45분간 면담했다. 김 대표는 이 자리에서 “북한 핵문제와 관련해 유엔 차원에서 더 많이 노력해 달라”며 “이란 핵협상이 원만히 해결돼 가고 있는 만큼, 미국 등 국제사회가 북한 핵문제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갖도록 총장께서 노력해 달라”고 요청했다.
반 총장은 “북한을 대화로 유도하고 남북관계 개선에 기여하기 위해 어떠한 역할도 할 의지가 있다”며 “한국 정부의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비전이 실현될 수 있도록 계속 지원해 나갈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분단 70주년이자 유엔 창설 70주년이 되는 올해에 한반도 상황이 개선되길 기대한다”고 바람을 드러내기도 했다.
반 총장은 이밖에 유엔이 진행 중인 각종 계획을 설명하면서 한국의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했다. 그는 “대한민국이 ‘포스트(Post) 2015’ 개발의제 수립, 기후변화 문제 해결 및 대테러 문제 대처 등 유엔이 추구하는 범세계적 노력에 적극적으로 기여해온 것을 높이 평가한다”며 “대한민국 국회가 앞으로도 이러한 노력을 계속 지원해 나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반 총장은 “유엔은 각국 회원국의 지원이 없으면 어렵게 된다”며 “한국의 공적개발원조(ODA) 기여금 증액을 위해 국내 정치권에서 애써달라”고 당부했다.
기후변화 문제 해결을 위해 녹색기후기금(GCF)가 2020년까지 연 1,000억 달러를 목표로 추진 중인 기금 모금 활동에도 도움을 달라고 당부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해 기후변화정상회의에 참석해 GCF에 1억 달러를 기여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밖에 반 총장은 박근혜 정부가 의지를 밝힌 북한 영유아 등 취약계층 대상 인도적 지원 문제를 긍정 평가하기도 했다.
이날 만남은 지난 5월 반 총장이 한국을 방문해 김 대표와 만난 뒤 취임 후 두 번째 만남이다. 이번 만남은 김 대표의 요청으로 이뤄졌으며, 당초 예정된 30분을 넘겨 45분간 대화를 나눴다. 김 대표 측 관계자는 “김 대표는 반 총장이 외교부에 근무할 때부터 잘 알고 지내던 사이”라며 “원래 유엔 사무총장 자격으로 면담할 때는 한국인과의 만남이라도 통역이 원칙이지만, 오늘 자리에서는 통역 없이 우리말로 편하게 대화를 주고받았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차기 대권 등 국내 정치와 관련된 언급은 일절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수행단 측은 “유엔 사무총장은 관례상 특정 국가 내 정치적 사안을 언급하지 않는다”며 “이번 면담에서 국내 정치적 문제는 한 마디도 언급되지 않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