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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의 '남자에게'] (1) 자신을 사랑하며 '가꾸는 남자'


(사진 위 = 장근석 트위터, 아래 = FT아일랜드 팬클럽 공식 SNS)

“내 남자친구는 너무 안 꾸며! 옷도 나보고 다 골라달래.”

얼마 전 한 친구가 나에게 이러한 푸념을 늘어놓았다. ‘그럼 골라주면 되지?’라는 생각은 금새 ‘언제까지 골라줘야 하지?’로 바뀌었다.

‘안 꾸미는 남자’와 ‘꾸미는 남자’. 누가 더 낫다고 볼 수는 없지만 ‘꾸미는 남자’가 더 멋진 것은 사실이다. 일반적으로 남자들은 스타일 변신을 위해 애인이나 부모님과 함께 백화점을 찾지만 쇼핑내내 먼 산만 바라본다. 그러다 찾은 백화점 맨 윗층 카페에 앉아 여자의 쇼핑이 끝나기만을 기다린다. 백화점 쇼핑은 남자들에게 곤욕이다. 하지만 언제까지 엄마나 여자친구가 사다주는 옷만 입는 아이가 될 것인가? 이젠 남자도 자신을 꾸며야 한다.


여의도 증권회사에 다니는 회사원 이모(32)씨는 최근 매일 쇼핑을 즐긴다. 근처에 들어선 IFC몰에서 점심을 해결한 뒤 다양한 매장을 둘러보며 이른바 ‘신상 찾기’에 푹 빠진 것. 29개 의류 브랜드가 입점한 IFC몰에는 금융가 남성 고객이 몰려들며 7개의 남성 전문 브랜드 매출이 지난해 대비 15% 이상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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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씨 처럼 패션과 미용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남자들을 일컬어 ‘그루밍족’이라 한다. 마부(groom)가 말을 빗질하고 목욕시켜주는 데서 유래된 ‘그루밍족’은 자신을 돋보이도록 하기 위해 피부, 헤어스타일은 물론 성형수술까지 마다하지 않는다. 불황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패션 업계도 이들 ‘그루밍족’잡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남성은 여성에 비해 한 번 구입할 때 많이 구입해 객단가가 높고 단골이 되면 충성도도 높기 때문에 남성을 ‘마지막 블루오션’이라고 칭하기도 했다.

‘그루밍’족이 늘어난 이유는 남성들의 결혼 시기가 늦어지며 집을 장만하거나 생활비를 쓰는 대신 자신을 가꾸는 지출이 늘었기 때문이다. 또한 외모를 가꾸는 남성을 향한 사회적 시선이 자기 관리를 잘하는 것으로 여기게 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실제로 롯데백화점의 경우 남성 고객층이 2010년 8만 명에서 지난해 14만 명으로 75% 늘었다고 밝혔으며 남성을 위한 축제인 ‘로엘 페스티벌’을 열기도 했다. 패션 외에도 남성전문 미용실, 남성전문 체형교정센터, 남성 제모·왁싱만을 하는 왁싱바, 남성성형 전문 성형외과까지 ‘그루밍족’을 위한 남성전문 업체는 날로 늘어가고 있다.

최근 SBS ‘짝’에 출연한 한 남성은 얼굴에 천만 원은 족히 쓴 것 같다고 밝히며 자신이 사용하는 미용용품을 소개한 바 있다. 여자보다 더 많은 가짓수를 자랑하는 화장품에 다른 남성들은 기겁했다. 또한 네일아트를 사랑하는 것으로 잘 알려진 FT아일랜드의 이홍기는 외국인 최초로 일본의 네일아트상을 수상했으며 ‘이홍기 네일북’을 발간하기도 해 화제를 모았다.

남자들이 갈수록 과감해진다. 이러한 추세라면 대한민국 모든 남자들이 자신을 사랑하며 가꾸는 진정한 ‘그루밍족’이 되는 날이 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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