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시가 있는 풍경] 길거리에 핀 이름 모를 잡초

겨울 숲으로 몇 발자국 더(문학과지성사 刊)


잡초들은 커다란 꽃을 피우지 않는다

어떤 잡초들은 차라리 꽃을 피우지 않지만


이 잡초는 가녀린 줄기에 어울리지 않는

큰 꽃을 달고 있다

이 잡초는 관습적이다

이 잡초는 관습적이 아니다


이 잡초의 심연은 눈물이 날 정도로 우스꽝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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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잡초가 허영을 부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 잡초는 불치병을 앓고 있다

잡초의 망상아 간절하면

잡초의 목소리는 기괴해진다

잡초는 두통이거나 팜므파탈이거나 노숙자이다

나는 완벽한 세계를 꿈꾸는

불완전한 잡초일지도 모른다

너는 불량한 체계 속에서 소화불량을 앓을 것이다

이경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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