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금 재난과 더불어 살고 있습니다. 자신만은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자체가 안전불감증이지요"
이태식(53·사진) 한국방재안전학회 방재안전연구소장은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시민들이 불안전한 시설을 의도적으로 찾고 스스로 신고하는 문화가 정착되지 않으면 안전·재난 사고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소장은 청와대·소방방재청 등에서 방재안전·위기관리분야 자문위원을 지냈으며 지난 8월부터는 연세대 방재안전관리연구센터장을 맡고 있는 재난대응전문가다.
그는 판교 환풍구 추락 참사처럼 시민들이 평소 갖고 있는 안전의식을 검은색에 비유한다. 위험을 구별하지도 보지도 않으려는 경향을 의미한다. 그는 "자신이 있는 장소가 위험한지 스스로 판단해 '적색등'이 켜졌다면 그 장소를 벗어나 곧바로 신고해야 한다"며 "이는 교육과 훈련을 통해서 이뤄진다"고 말했다.
가령 백화점을 방문한다면 비상구와 구조되는 빈도가 높은 화장실 위치는 미리 파악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비상구가 잠겨 있거나 물건이 쌓여 있는 시설물은 관할 소방서에 신고하면 지역별로 시설물 소유주·관리자는 2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물고 신고자는 5만원 상당의 포상을 받는다. 이 소장은 신고하고 포상 받는 것부터 시민 권리이자 교육이라고 말한다.
판교 추락사고에서 나타나듯 관람인원 3,000명 이하 공연장소가 안전점검 대상에서 빠지는 등 제도상의 허점도 지적했다. 그는 "인원수가 기준이 된 것부터가 잘못"이라며 "시설물운영자나 행사 주체가 안전관리 책임을 지도록 명문화하는 법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국내 안전 네트워크의 미비를 꼬집었다. 미국은 매년 시민 40만명이 가까운 소방서에서 20시간의 안전교육을 받고 있다. 그는 "우리나라는 소방서에서 의용소방대원만 교육 받는데 이를 원하는 시민 모두로 확대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사고시 결국 현장에 있는 사람이 가장 먼저 구조에 나서게 된다"며 "사고수습 후 정부와 기관이 구조한 사람을 찾아내 반드시 포상해야 안전교육 효과가 높아지는데 우리는 이점에 소홀하다"고 지적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는 사고 수습·복구에만 총력을 기울였지만 정작 재발 예방을 위해 생존자들의 판단과 구조자 행동 등 적절한 대응사례들을 찾아 언론을 통해 알리지 않은 우를 범했다는 것. 이 소장은 "시민들이 안전 미흡시설을 신고하고 고치도록 요구하며 스스로 해결하는 힘을 길러 주는 예방적 복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지난 2007년 이후 방재안전관리사협회를 중심으로 육성된 방재사가 7,000여명에 이른다. 이 소장은 4만명이 넘는 일본과 비교하면 방재관리사가 크게 부족하다며 "모든 국민이 안전 교육을 받도록 정부는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