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전면전은 서로 부담… 기싸움 속 정치적 타협 여지 남겨

■ 美-中또 환율전쟁 조짐 <br>공화당 반대입장·오바마도 미온적… 환율조작 제재법안 현실화 어려워 <br>中도 반발속 위안화 절상속도 높여 시진핑 방미 맞춰 절충점 찾을수도


미국과 중국이 위안화 환율조작 문제를 놓고 날선 공방을 벌이고 있지만 서로의 패를 알고 유리한 고지를 확보하기 위한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위안화 조작을 명분으로 미국이 중국산 수출 제품에 일률적인 보복ㆍ상계 관세를 부과할 경우 중국은 미국산 제품에 대한 맞보복 관세로 대응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이는 양국 경제에 공히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을 양국 정부가 인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미 의회가 위안화 조작 제재 법안 표결을 추진하는 것은 선거를 앞두고 10%에 가까운 고공 실업률이 지속되는 등 경기침체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여기다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압박함으로써 보다 빠른 위안화 절상은 물론 미국의 최대 자금줄인 중국의 미 국채 매입을 압박하기 위한 포석이 깔려 있다. 장기적으로는 갈수록 커지고 있는 중국금융시장에 대한 미국 금융산업의 진출 가속화를 위해 중국의 자본시장 개방 속도를 가속화하겠다는 전략도 깔려 있다. 미국과 함께 G2로 부상한 중국도 대국에 걸맞게 위안화 자유화 방향으로 나가겠지만 미국경기 회복을 위한 희생양으로서 위안화를 문제 삼는 것은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위안화 국제화 전략 차원에서 환율 개혁에 나서겠지만 그 타임 테이블은 미국이 아닌 중국식으로 결정할 것이라는 얘기다. ◇G2의 팽팽한 기싸움=미국은 상원이 11일(현지시간) 환율조작 제재법 표결 실시를 앞둔 가운데 미국 대외 경제정책을 진두지휘하는 상무부가 차제에 중국의 고질적인 지적재산권 침해 문제, 금융을 비롯한 시장개방 문제에 대해 중국 정부가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하라고 촉구하는 등 전방위 압박을 가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주 외교부와 상무부ㆍ인민은행이 일제히 성명을 통해 미국의 환율조작 제재법안이 세계무역기구(WTO) 규정 위반이며 중ㆍ미 경제무역 관계를 심각히 훼손할 것이라고 경고한 데 이어 10일에는 추이톈카이 외교부 부부장이 "제재 법안 통과는 무역전쟁을 불러 올 것이며 결국 미국의 일자리 창출과 경제회복을 저해하게 될 것"이라고 강력 반발했다. 중국 인민은행 산하 정저우(鄭州) 간부교육학교의 왕융 교수는 "이번 제재 법안은 미국 경제운용 정책의 바닥을 드러낸 것"이라며 "중국은 미국의 압박에 상관없이 환율개혁을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위안화, 점진적 절상 지속될 듯=중국은 겉으로는 위안화 제재법안에 반발하면서도 위안화를 꾸준히 절상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미국 의회의 환율조작 제재법안 표결이 임박한 11일에는 인민은행이 달러당 0.0103위안 내린 6.3483위안으로 사상 최고치의 고시환율을 공시하는 등 절상 속도가 가파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는 중국이 과거 미ㆍ중 정상회담, 미ㆍ중 전략경제대화 등 중요 행사를 앞두고 미국이 위안화 절상 압박을 가할 때마다 보였던 행동으로 이번에도 미 의회의 환율조작 제재 명분을 약화시키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최근 부동산 거품붕괴 우려, 중소기업 줄도산 등 중국경제 전반에 대한 우려가 퍼지면서 위안화 역외선물환(NDF)시장에서는 오히려 향후 위안화 가치가 떨어질 것이라는 조짐이 나오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중국 당국은 올 들어 위안화 가치를 달러화 대비 4.3%나 끌어올렸다. 중국 경제 최대 현안인 물가압력 완화를 위해서도 위안화 절상은 필요한 상황이다. 올 초 시장에서 예상한 위안화 절상 예상치인 3~5%의 상한선에 이미 근접한 상태고 이 같은 절상 추세대로라면 올해 7% 절상도 점쳐지고 있다. 지난해 6월 고정환율제에서 복수통화바스켓에 근거한 관리변동환율제로 환율개혁을 선언한 후로는 7.5%나 올랐다. ◇정치적 타협 가능성 높아=한국은행 베이징 사무소의 김진용 대표는 "지금의 미ㆍ중 환율전쟁은 경제적 문제에서 비롯됐지만 본질적으로 정치적 성격이 강하다"며 "결국 해법도 제재법안에서 찾기보다는 정치적으로 적당히 매듭 지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번 제재 법안을 발의한 민주당이 주도하는 상원 표결에서는 법안 통과 가능성이 있지만 공화당이 다수당인 하원에서는 이미 공화당 지도부가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어 결국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도 지난주 "이번 법안이 WTO 규정에 위반되는지 여부를 먼저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며 미온적 입장을 나타냈다. 설사 미 상하 양원에서 통과되더라도 오바마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의회 표결이 다시 부쳐져 3분의2의 찬성 표결을 얻어야 하는데 이는 실현 가능성이 별로 없다. 전문가들은 연내 예정돼 있는 중국의 차기 후계자 시진핑 국가 부주석의 방미를 앞두고 양국이 적정 선에서 타협점을 모색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미ㆍ중 간 핫 이슈인 미국의 대만 무기판매 문제 등 다른 여러 현안과 함께 위안화 절상 문제도 결국 절충점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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