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 인수전에 뛰어든 하나금융지주 변수가 금융권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조짐이다.
이번 인수전에 성공한다면 하나금융은 자산 316조원의 3위 은행으로 올라서게 된다. 우리금융의향배가 변수로 작용하겠지만 현재로선 KB금융, 신한금융, 하나금융을 3각 체제로 삼아 우리금융이 또 다른 축을 담당하게 될 전망이다.
◇하나금융 “전략적 판단”vs전문가 “시너지 없다”=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16일 “외환은행 인수 추진을 결정하게 된 것은 상업적인 판단에 따른 것”이라며 “외환은행은 국내에서 외환업무의 40%를 점유하고 있을 뿐 아니라 프랜차이즈들의 가치가 높고 스태프(직원)들도 우수하다”고 말했다.
그는 “더구나 수출 주력 국가인 우리나라에서 기업금융을 주력적으로 해오고 있는 외환은행을 외국계 금융회사에 맡기는 게 과연 좋은 것인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라이빗뱅킹(PB)과 소매분야에 강한 하나금융으로선 시너지 극대화를 위해 기업금융과 외환업무에 강한 외환은행 인수가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또 정부가 매각을 주도하는 우리금융 인수에 나섰다가 특혜 시비에 휘말리는 것보다 고가에 인수한다는 비난만 감수하면 외국계에 넘어가는 것을 막았다는 긍정적인 명분을 챙길 수 있다는 점에서 외환은행 인수가 낫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하지만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을 인수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더 많은 상황이다.
일단 시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하나금융이 론스타의 전략에 말려든 것이 아냐는 비판마저 나오고 있다.
금융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하나금융과 외환은행 양자간의 시너지가 별로 없는데 (하나금융이)왜 이런 결정을 내린 지 모르겠다”며 “하나금융이 오래 전부터 외환은행을 저울질 해온 것은 맞지만 아마도 최근 외환은행 매각작업에 탄력을 잃은 론스타가 전략적으로 하나금융을 끌어들인 게 아닌가라는 추측마저 나오고 있다”고 언급했다.
금융당국도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하나금융과 론스타는 현재 ‘넌바인딩(구속력 없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단계”라며 “론스타가 최근까지 호주의 ANZ은행과 매각 협상을 벌여왔다는 것도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 가능성을 확정적으로 말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2조5,000억원 추가 조달능력에 “글쎄”=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을 인수하기 위해서는 최소 4조5,000억원을 투입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론스타가 보유하고 있는 외환은행 지분 51.02%는 지난 15일 종가(1만3,000원)기준으로 계산하면 4조2,776억원에 이르고 경영권 프리미엄 10%까지 포함하면 4조5,000억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현재 하나금융이 M&A 등을 위해 조달할 수 있는 내부 조달 금액은 약 2조원 가량으로 추산된다.
김종열 하나금융지주 사장은 지난 2·4분기 실적 설명회에서 “(하나금융이 M&A 등을 위해) 내부적으로 조달할 수 있는 금액이 2조원 가량 된다”며 “내부조달 금액은 최대 3조5,000억원 정도지만 이중 레버리지(금융지주사의 자기자본 대비 자회사 출자가액의 비율) 제도를 감안하면 최대 2조원을 동원할 수 있다”고 밝혔다.
사실상 하나금융이 레버리지 비율을 1등급에서 2~3등급으로 낮춰가면서 3조5,000억원을 동원할 수 있다고 해도 국제적으로 금융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금융당국의 승인을 받기가 사실상 어렵다.
따라서 증자나 외부 투자자들을 유치해 2조5,000억원 이상을 끌어들여야 하는데, 전문가들은 하나금융이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유상증자를 위해서는 골드만삭스 등 외국계 대주주들을 설득해야 한다. 하지만 지분 가치의 희석을 우려하는 상황에서 추가 자금까지 투입 해야 하는 대주주들을 설득하기란 만만치 않다.
실제로 싱가포르의 국부펀드이자 하나금융 1대 주주였던 테마섹이 지난달 하나금융의 우리금융 인수에 대해 전망이 밝지 않다는 판단에 따라 지분을 전량 매각한 전례도 있기 때문이다. 결국 대주주들에게 외환은행 인수계획의 정당성이 얼마나 인정받을 수 있을지 가 유상증자의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하나금융이 지난해보다 더 많은 규모로 유상증자를 계획할 것으로 알고 있다”며 “특히 싱가포르의 국부펀드인 테마섹이 하나금융의 지분을 전량 매각한 이유도 이 같은 유상증자 계획을 알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하나금융이 최대 5조원까지 마련해야 론스타와 협상이 가능하다”며 “현재 하나금융이 우리금융 인수를 위한 자금모집이 어려운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데 외환은행 인수자금을 마련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