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3차 오일쇼크' 불안 확산] 한국경제 어디로

주식·부동산 폭락 연계땐 '최악 상황' 불가피<br>성장률 하락·무역적자·환율상승등 '환란의 악몽' 되살아나<br>저성장·고물가로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불구 정부 속수무책


국제유가 150달러(두바이유 기준)는 3차 오일쇼크의 기준점이다. 그러나 ‘마의 150달러’에 도달하기 전부터 한국경제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폭풍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하반기 경제성장률 3%, 최악의 경우 2%대에 머물 것이라는 전망이 세를 얻는가 하면 정부는 올해 무역수지 전망치를 적자로 바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정부의 개입에도 불구, 환율상승세가 멈추지 않으면서 물가상승률이 6%대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도 설득력 있게 다가오고 있다. 국제유가가 급등하자 종합주가지수는 연일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고 부동산시장마저 하락세를 보이면서 한국경제가 지난 1997년 외환위기에 버금가는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는 어두운 전망도 나온다. 정부는 총체적 난국을 맞아 비상조치를 마련하는 등 대책을 세우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외부요인으로 오르는 국제유가와 경상수지 악화에 대해서는 뾰족한 대책이 없는 실정이다. ◇되살아나는 ‘환란의 추억’=경제지표는 발표될 때마다 최악의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1997년 ‘환란의 추억’이 새록새록 되살아날 정도다. 5월 경상수지는 전문가들의 예상을 깨고 흑자로 반전하는 데 실패했다. 6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한 것. 아직은 경상수지 적자폭이 크지 않지만 경상수지 적자는 환율을 상승시키고 수입물가와 소비자물가 상승으로까지 이어지기 때문에 위협적이다. 더구나 국제유가 상승이 한계점을 넘어서자 정부 스스로가 무역수지 흑자기조가 유지될 수 있을지 의심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무역수지 흑자는 한국경제를 버텨줄 사실상의 마지막 보루다. 정부는 조만간 무역수지 전망치를 ‘적자’로 바꿔 발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정부는 무역수지 전망을 130억달러의 흑자로 잡았지만 당시 배럴당 평균 71달러로 가정했던 두바이유가 135달러마저 넘어서면서 흑자 달성은 이미 불가능하게 됐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환율 역시 정부가 외환보유고를 내다팔면서 개입에 나서고 있지만 상승세는 멈추지 않고 있다. 고유가와 높은 환율로 인해 물가마저 급등, 서민은 물론 국민생활 전체가 ‘고물가’의 수렁에 빠졌다. 5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5월에 비해 4.9% 상승했는데 6월에는 5%가 상승했을 것이라는 전망치도 나오고 있다. 특히 식료품 등 일상생활에서 자주 구입하는 품목으로 구성된 생활물가지수는 이미 5.9%(5월)나 오른 상황이어서 6월에 6%를 넘는 것이 당연시되고 있다. ◇저성장ㆍ고물가의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도=유가 급등은 곧바로 물가불안과 구매력 저하로 이어지고 이는 가뜩이나 부진한 내수를 조여 성장마저 위축시킨다. 성장을 이끄는 수출이 수입을 따라가지 못하면서 무역수지가 적자를 기록할 경우 한국경제는 ‘저성장ㆍ고물가’의 스태그플레이션 수렁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다. 실제로 한국경제연구원(KERIㆍ이하 한경연)은 29일 올 하반기 소비자물가가 수입물가 상승 영향으로 1998년 이후 가장 높은 5.6%의 증가율을 보여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됨에 따라 하반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상반기(5.2%)에 비해 크게 낮은 3.3%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더구나 경상수지도 하반기 26억달러, 연간 70억달러 적자를 기록해 1998년 404억달러 흑자전환 이후 10년 만에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문제는 유가가 150달러를 넘어섰을 때다. 현경연은 하반기 국제유가가 150달러를 넘어서 연평균 125달러를 기록할 경우 하반기 경제성장률은 2.5%로 고꾸라지는 대신 물가는 9.0%의 상승세를 기록해 전형적인 스태그플레이션의 상황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주식, 부동산 폭락 연계 때는 최악=더 큰 문제는 고유가가 자산시장의 폭락을 견인하는 경우다. 실제로 고유가는 뉴욕 증시를 강타한 데 이어 국내 금융시장에도 직격탄을 날렸다. 국제유가가 급등한 27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33.21포인트(1.96%) 추락해 1,700선이 깨진 1,684.45에 마감됐다. 이는 3월27일의 1,676.24 이후 3개월 만에 최저치다. 그나마 고유가가 부동산시장에 직결돼서 영향을 미치지는 않고 있지만 불안한 신호는 나타나고 있다. 지방은 물론 수도권까지 미분양이 확산돼 건설경기가 크게 위축됐다. 여기에 이른바 버블세븐 지역인 강남권ㆍ분당권 등의 아파트 가격마저 하락해 고유가는 실물자산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가뜩이나 대출금리가 올라가고 있는 상황에서 아파트 가격마저 하락할 경우 ‘가격하락→매물증가→연체증가→금융시장 타격→부동산 급락’으로 이어지는 최악의 상황마저 나타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고유가 여파가 아직은 자산시장에까지 영향을 미치지 않아 다행이지만 유가가 150달러마저 돌파해 주식은 물론 부동산시장까지 급락하면 그나마 안정적인 금융시장까지 무너져 한국경제는 나락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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