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보험사의 지점장쯤 되려면 어느 정도의 원숙미가 있어야 가능할 듯싶다. 보험이라는 게 사람의 마음을 파고드는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고객들과 동화할 수 있는 깊이 있는 대화와 설득의 기술이 필요한 탓이다. 생명보험은 더욱 그렇다. 그런데 이런 오랜 문화가 깨지고 있다. 삼성생명이 지난 2008년부터 실시하고 있는 '대학생 SFP(Special Financial Planner) 인턴십' 과정은 그 같은 시도의 중심에 서 있다. 권정현(31ㆍ사진) 지점장은 바로 이 과정의 1기 수료생이자 보험설계사 생활 2년6개월 만에 '관리자'로서의 능력을 인정받아 올 초 인턴십 출신자 중 최초로 종로 유니브 지점장에 발탁된 인물이다. "공사나 대기업처럼 안정된 곳으로만 몰리는 세태에 도전하고 싶었어요. 20대 영업사원이라는 세상의 편견과 싸워 이제 막 작은 고지에 도달했습니다." 삼성생명 지점장이 되려면 공채로 입사해도 보통 5년 이상 근무 경험이 있어야 가능하다 . 권 지점장의 발탁은 그런 면에서 파격이다. 사실 그가 처음부터 보험 영업사원을 꿈꿨던 것은 아니다. 취업 전 스펙을 쌓아볼 요량으로 삼성생명 인턴십에 참가했던 것이 평생 진로를 바꿨다. "주변의 만류가 심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보험 영업을 해보니 보람과 재미를 느끼게 됐어요. 대학교 축제나 공연장에서 길거리 캠페인이나 브런치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남들과 조금 영업방식을 바꿔보니 쉽사리 고객들의 관심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어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기존 40~50대 주부 FC들에 비해 경륜이 떨어지고 신뢰도 부문에서도 의구심을 품는 고객들이 많았다. 이에 권 지점장은 금융상품에 대한 전문성과 패기를 앞세워 고객들을 설득하고 또 설득하는 과정을 반복했다. 결국 80대의 한 자산가는 그에게 가족 모두의 재무설계를 평생 맡아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권 지점장은 관리자로서의 능력 역시 인정받고 있다. 그가 올해 처음 지점을 운영하기 시작했을 당시 SFP는 28명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50명이 훌쩍 넘는다. 보험업계는 이직률이 높은 게 특성이지만 권 지점장이 사령탑을 맡은 기간에는 단 한 명의 직원도 이탈하지 않았다. 그는 "영업사원들 모두 20~30대로 구성돼 격의 없이 마음속 이야기를 터놓고 서로를 이해하는 것이 가능했다"며 웃음을 지었다. 권 지점장의 10년 뒤 꿈은 '최연소 임원'이다. "호랑이를 생각해야 적어도 고양이는 그릴 수 있는 것 아니겠어요. 이제 사회에 발을 들여놓는 친구들도 안정적인 조건보다는 새로운 도전에 과감하게 나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