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9월 15일] DTI 규제완화의 함정

지난 8월29일 정부는 부동산대책의 일환으로 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를 내놓은 데 이어 9월9일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연 2.25%로 동결했다. 약 10일 사이에 이뤄진 두 가지 정책발표는 일관성이 있다. 그것은 바로 대출을 통한 부동산 구입을 권한다는 점이다. 물론 정부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 규제를 그대로 둬 DTI 규제가 완화돼도 별 무리 없다고 한다. 그런데 DTI와 LTV 규제는 대출한도를 제한한다는 점에서는 유사해 보이지만 성격이 다르다. 빚 내서라도 집 사라는 격 먼저 LTV 규제는 주택을 담보로 금융기관에서 대출 받을 때 주택가격을 기준으로 얼마를 대출 받을 수 있는가를 나타낸다. 10억짜리 집을 사는 데 60%인 6억을 빌릴 수 있을지 40%인 4억을 빌릴 수 있는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따라서 60%의 동일한 인정비율이라도 비싼 집을 살수록 더 많은 대출을 일으킬 수 있다. 이에 비해 DTI 규제는 소득이 이자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범위에서만 대출 받도록 하는 것이다. 소득이 받쳐주지 않으면 비싼 집을 살 수 없는 구조다. 따라서 LTV 규제만 있고 DTI 규제가 없으면 소득이 낮아도 비싼 집을 구입할 수 있다. 그런데 이자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사람이 자기 소득에 비해 비싼 집을 구입하면 계속 집값이 오르는 동안은 문제가 없어 보여도 집값이 내리는 순간 문제가 불거진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미국의 금융위기를 가져온 원인으로 지적된다. 결국 DTI 규제완화와 금리동결은 '집값이 계속 오르게 해줄 테니 빚을 내서 집을 사라'는 메시지와 다름없다. 특히 DTI 규제완화로 새로 주택을 구입할 수 있는 사람들이 생긴다면 그들은 누구인가. 주택담보대출로 지급해야 하는 이자액수에 비해 소득이 낮아 대출심사를 통과할 수 없었던 사람들이다. 그들은 대부분 저소득층이거나 소득 입증이 어려웠던 사람들이다. 그런데 이런 계층이 빚을 내서 집을 구입함으로써 부동산 가격을 떠받드는 데는 한계가 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저소득층이 빚을 내서 부동산 가격을 떠받치도록 했다가 이것이 무너지는 경우이다. 사실 고소득자의 경우는 소득에서 이자로 지출해야 하는 부분이 크지 않아 부동산 가격이 하락해도 버틸 수 있는 여력이 있다. 그러나 저소득층이 소득에 비해 비싼 집을 구입하게 되는 경우는 이렇게 버틸 수가 없다. 따라서 저소득층이 빚으로 주택을 구입하는 부분이 늘면 부동산 가격을 하락시킬 수 있는 경제적 충격이 왔을 때 그 충격을 확대 재생산할 가능성이 많다. DTI 규제는 한계도 있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대출을 제한함으로써 주택 소유의 희망을 갖기 어렵게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규제완화가 저소득층의 주택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으로 생각되지 않는다. 부동산 대책이라는 이름에서 보이듯 이번 DTI 규제완화는 부동산 시장 부양을 위한 조처였을 가능성이 높다. 집값 추락땐 뒷감당 누가 지나 더구나 금융통화위원회마저 금리를 동결함으로써 그 메시지는 분명했다. 낮은 금리에 빚을 일으켜서 집을 사라는 것이다. 하지만 중앙은행마저 이렇게 정부 메시지에 화답하는 행보를 계속해서는 곤란하다. DTI 규제완화는 중앙은행이 어떤 금리 결정을 하느냐에 따라 위험한 게임이 될 수도 있고 상징적인 행보로 끝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부도 위험성을 알기 때문에 DTI 규제완화의 시한을 내년 3월 말까지로 하고 있다. 결국 이자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저소득층이 집값이 오를 줄 알고 대출을 받아 집을 산 후 집값이 떨어지면 그 뒷감당은 누가할 것인가. 이자율 상승 압력에도 금리는 오르지 않는다는 잘못된 신호를 받은 채 국민들이 DTI 규제완화에 따른 '빚'의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중앙은행이 '빛'을 밝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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