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다시 찾아온 AI 악몽 총력방역으로 확산 막아야

전국 축산농가에 또 비상이 걸렸다. 전라북도 고창의 종오리 농장에서 H5N1형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했다고 한다. 2011년 5월 이후 2년8개월 만에 재연된 악몽이다. 방역당국과 해당 지자체는 농장의 오리 2만여마리를 살처분했고 병아리가 분양된 25개 농장과 1개 도계장에도 초등대응팀을 파견해 이동제한과 소독조치를 취했지만 불안감이 가시지는 않는다. 양계농을 비롯한 축산농민들의 얼굴에 다시 깊은 주름살이 파이게 생겼다.


문제는 확산 가능성이다. 이미 이 농장에서 부화한 오리가 충북과 충남·경기 등 여러 시도의 농가에 공급된 상황이다. 운반차량이 각 지역 곳곳을 누볐을 것이고 AI가 공기를 통해서도 전염된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이동경로에 있는 모든 지역이 감염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해당 시도뿐만 아니라 부산까지 긴급방역에 나서는 게 전혀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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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는 방제가 어려워 한번 발생하면 천문학적 피해로 연결되곤 했다. 지난해 중국의 AI로 인한 직접 피해액만도 3조원이 넘는다. 세계은행은 2009~2010년 AI 발병으로 전세계에서 30만명의 이상이 숨지고 940조원에 달하는 경제적 손실을 봤다고 분석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2003년 이후 2011년까지 네 차례에 걸쳐 약 2,200여개 농장이 공격을 받아 감염 또는 예방조치로 2,300만여마리를 살처분했다. 생산과 유통·판매까지 포함한 총 추정 피해액은 8,000억원을 훌쩍 넘었다.

피해가 여기에 그치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다. AI 발생으로 우리나라는 2011년 9월 이후 2년 이상 유지해온 '청정국' 지위를 잃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닭·오리와 같은 축산물 수출의 직접적 타격뿐 아니라 해외 관광객 유치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AI 발생이 농가와 음식점의 매출급감 또는 연쇄도산으로 이어져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서민 살림이 더 빈궁해질지도 모른다.

생각하기도 싫은 끔찍한 결과를 방지하는 것은 AI가 더 확산되지 않도록 총력방역에 나서는 길뿐이다. 정부와 방역당국·지자체 간의 긴밀한 협조와 연대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2008년 살처분 대란, 2011년 급식 대란 같은 사태가 재발해 그렇지 않아도 살기 힘든 서민과 농가에 또 다른 시련을 안겨줘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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