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9월 9일] 냉·온탕 오가는 부동산 정책

지난 8월31일 경기 김포시 장기동에 있는 김포한강신도시 ‘우남퍼스트빌’ 모델하우스는 몰려드는 인파로 홍역을 치렀다. 우남건설의 한 관계자는 이날 몰려든 인원이 2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인근 도로는 꼬리를 무는 차량으로 장사진을 이뤘고 세 곳에 마련된 주차장 모두 만차 사태를 빚었다. 이 아파트는 8ㆍ21부동산대책으로 전매제한 기간이 7년에서 3년으로 줄어들면서 대표적 수혜 단지로 꼽혔던 곳이다. 분양사무소의 한 관계자는 “정부의 부동산 거래 활성화정책이 드디어 꽃을 피웠다”며 “1순위 마감을 확신한다”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그러나 순위 내 공급을 모두 마친 9월5일 청약결과는 초라했다. 대부분의 주택형이 미달됐다. 그 사이 9ㆍ1세제개편안이 발표된 탓이다. 의무 거주기간 3년 조항이 추가되면서 투자를 노린 매수세가 실종됐다. 실제 거주를 하지 않으면 고액의 양도세를 물어야 하기 때문이다. 분양 대박의 꿈 역시 사라졌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9ㆍ1세제개편안에 대해 “냉ㆍ온탕을 오가는 정부 정책 속에 기업과 투자자 모두 뒤통수를 맞은 형국”이라고 입을 모았다. 모 은행의 부동산 팀장은 “도대체 이 정부의 속내를 알 수가 없다”며 “부동산 정책에 대한 제대로 된 컨트롤 타워가 없다”고 주장했다. 뒤통수를 맞은 건 김포만이 아니다. 투자수요가 많은 용인을 비롯한 수도권 대부분 지역이 거주 요건 강화에 울상 짓고 있다. 용인 신봉동 D공인중개의 한 관계자는 “이명박 정부에 건 기대가 물거품이 됐다”고 말했고 성복동 N공인중개의 한 관계자는 “부동산 거래를 없애 시장을 황폐화하려고 만든 정책”이라고 비난했다. 미분양아파트를 가지고 있는 건설업체들 역시 사정은 비슷해 손해를 무릅쓰고 중도금 무이자 등 각종 혜택을 제시해도 매수문의조차 없는 상황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초 부동산 거래를 정상화하겠다고 공언했었다. 반시장적 규제를 풀어 거래를 활성화하고 이를 통해 경제의 기본 원칙인 수요와 공급의 법칙을 작동시키겠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지금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한쪽의 족쇄를 풀면서 다른 쪽에는 자물쇠를 걸어 잠그는 판이다. 부동산 거래 활성화는 앞으로도 한참 동안 요원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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