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3월 12일] 한은 부총재에 대한 단상

한국은행을 취재하며 한은 부총재직은 참 고단한 자리라는 생각을 종종 하게 된다. 총재를 대신해 한은의 각종 살림살이를 도맡아야 함은 물론 하루가 멀다 하고 외부회의에 참석해야 하는 등 눈 코 뜰 새 없이 바쁜 직책이다. 하지만 언론에는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하는 일에 비해 빛은 별로 안 나는 자리인 셈이다. 이런 부총재직이 최근 자주 언론에 노출되고 있다. 이승일 현 부총재 임기가 다음달 초 끝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수장을 보좌하는 다른 기관의 2인자와 달리 한은 부총재는 7인 금융통화위원회의 멤버로 한은의 주요 안건을 결정하는 막강한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 후임자에 대한 관심이 남다르다. 한은 안팎에서는 외부 인사가 올지, 한은 출신자가 올지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법적으로는 총재가 복수 인사를 추천하게 돼 있지만 대통령이 최종 임명하기 때문에 인사권은 사실상 정부가 쥐고 있다. 일부에서는 정부가 친정부 인사를 뽑아 현 정권에서 임명한 3인의 금통위원과 함께 금통위 지배력을 높일 것이라는 얘기가 들린다. 금융위기 타개를 위해 정부와 한은 간의 공조체제를 더욱 공고히 한다는 측면에서는 일리 있는 발상이다. 실제로도 청와대 내에서 학자 출신의 모 인사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소문도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한은 출신 인사가 오지 않겠냐는 견해가 우세한 편이다. 우선 부총재 자리는 통상 한은 출신자가 맡아왔다. 주로 정책 업무에 신경 쓰는 총재를 대신해 부총재는 한은의 경영을 총괄해야 하기 때문에 한은을 잘 알고 있는 내부자가 적임이라는 평가다. 총재와의 관계도 고려 요소다. 이성태 한은 총재의 임기는 1년가량 남았다. 즉 이 총재 후임으로 친정부 인사가 올 가능성이 농후한 상황에서 부총재마저 외부에서 채우기는 무리라는 지적이다. 이럴 경우 모피아 출신의 감사와 함께 한은 3인방이 모두 낙하산으로 내려왔다는 비난에 처할 수 있다. 직원들의 정서 문제도 걸린다. 한은 내부에서는 총재야 그렇다 치지만 열심히 일한다면 부총재까지는 올라갈 수도 있다는 기대가 크다. 부총재직을 외부인사가 꿰차면 직원들의 사기저하는 불 보듯 뻔하다. 이런 점 때문인지 몰라도 실제로도 몇몇 한은 출신 인사들이 유력 후보군으로 분류되고 있다. 정부와 한은이 어느 정도의 교감을 통해 서로 윈윈할 수 있는 카드를 뽑아들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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