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對中) 투자를 둘러싼 한국과 일본의 전략이 대조를 이루고 있다. 우선 일본 기업들이 중국 직접투자 규모를 대폭 늘려가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일본 기업들의 중국 직접투자액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불거진 2008년 한국을 앞지르기 시작한 후 갈수록 격차가 커지고 있다. 일본의 최근 3년간 총투자액은 207억달러로 한국의 2.4배나 된다. 한국은 85억4,000만달러에 그쳤다. 2005∼2007년까지만 해도 한국의 중국 투자액은 일본보다 연평균 7억달러 이상 많았다.
다음으로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투자의 질적 차이다. 한국은 중국을 여전히 생산기지로 파악하는 경향이 있다. 이에 따라 한국 기업의 업종별 투자액을 보면 2012년을 기준으로 유통·서비스업 비중이 10.8%에 불과한 데 반해 일본은 26%로 상대적으로 내수산업에 비중을 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급성장하는 중국 소비시장에 백화점·편의점 등 유통거점을 확대하는 한편 패션·화장품 등 소비자와 접점이 많은 기업들이 내수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일본 의류유통 기업인 유니클로의 중국 내 매장이 2008년 11개에서 260여개로 늘어난 게 대표적인 예다. 반면 한국 기업들은 투자의 69%가량이 제조업에 몰려있다. 우리 나름의 선택과 집중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대내외 환경변화에 대한 대응이 늦어지면서 자칫 중국 시장에서 우리 기업들의 입지가 좁아지지 않을까 걱정된다.
중국 정부는 최근 들어 성장전략을 수출 주도에서 내수 중심으로 전환하고 있다. 일본의 유통·식품을 중심으로 한 진출은 이 같은 변화에 보조를 맞추는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도 이런 추세가 지속된다면 한국은 현지 시장 주도권 다툼에서 일본은 물론 중국 기업에조차 밀릴 수밖에 없다. 한국 기업들이 중국에서 중장기적으로 생존해나가려면 단순한 제조업 생산기지를 넘어 내수시장 공략을 본격화해야 한다. 정부와 기업이 힘을 합해 중국 진출전략을 가다듬을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