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골프 골프일반

컴퓨터 퍼트까지… 배상문의 진화

KPGA 신한동해오픈 2연패

퍼트 땐 쪼그려 앉아 경사면 살피고 2~3개 지점 찍고 연습 스트로크

신중한 루틴으로 정교한 퍼트 선봬

72홀서 버디15개·보기는 단 2개… 미국 제패한 실력 국내서 재증명

배상문이 9일 인천 송도 잭니클라우스GC에서 열린 신한동해 오픈 4라운드에서 마지막 18번홀을 버디로 마친 뒤 주먹을 쥐어 보이고 있다. /사진제공=신한금융그룹


72홀 동안 버디 15개에 보기는 단 2개. 미국을 찍고 온 '배상문 대세론'이 국내 무대에서도 확인됐다.


배상문(28·캘러웨이)은 9일 인천 송도 잭니클라우스GC(파72·7,320야드)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제30회 신한동해 오픈(총상금 10억원)에서 13언더파로 우승했다. 지난해에 이은 이 대회 2년 연속 우승. 3타 차 단독 선두로 마지막 4라운드를 출발한 배상문은 한때 공동 선두를 내주기도 했지만 버디 3개에 보기 2개로 1타를 줄여 결국 5타 차 압승으로 마무리했다. 공동 2위는 8언더파 김봉섭(31·ZOTAC코리아), 문경준(32·휴셈). 배상문은 지난달 개막한 2014-2015시즌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134만6,000달러(약 14억5,000만원)로 상금 선두를 달리고 있다. 이날 2억원을 추가해 한 달 새 상금으로만 16억5,000만원을 벌어들인 것이다. 우승도 지난달 PGA 투어 시즌 개막전 프라이스닷컴 오픈에 이어 한 달 만이다. 배상문은 경기 후 상금 2억원을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기부하겠다고 밝혀 또 한 번 화제를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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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투어와 일본 투어에서 차례로 상금왕에 오른 배상문은 지난 2012년부터 PGA 투어에서 뛰고 있다. 프로 12년차, PGA 투어 4년차를 앞둔 배상문의 골프는 차원이 달랐다. 강함에 치밀함까지 더해졌다. '배상문의 재발견'은 퍼트에서 가장 뚜렷했다. 중장거리 퍼트 때면 배상문은 핀 뒤로 돌아가 쪼그려 앉아 경사를 살폈다. 공이 놓인 위치로 돌아와서는 홀까지 2~3개 지점을 찍어 그 지점에서 연습 스트로크를 해본 뒤에야 실제 퍼트에 들어갔다. 화끈한 성격과 대비되는 이 신중한 루틴(준비동작)으로 배상문은 박인비(26·KB금융그룹) 부럽지 않은 '컴퓨터 퍼트'를 선보였다. 그린 굴곡이 심하기로 악명높은 코스에서 나흘간 보기를 단 2개로 막았다. 편안한 스윙으로 바꾼 뒤 지난 시즌보다 11야드 긴 300야드 장타를 날리고 있는 배상문은 정교한 퍼트까지 갖춰 본격적인 '배상문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승부처는 11·12번홀(이상 파4). 1타 차 살얼음 리드 중이던 배상문은 추격자 문경준이 티샷을 해저드에 빠뜨려 더블 보기로 무너지는 사이 5m짜리 버디를 잡았다. 지루한 파 행진 끝에 이날 첫 버디. 이 홀에서 2위와의 격차는 1타에서 4타로 순식간에 벌어졌다. 12번홀은 '쐐기 홀'이었다. 문경준이 두 번째 샷을 핀 2m에 붙이며 경기가 끝나지 않았음을 알렸지만 배상문은 문경준보다 훨씬 먼 거리에서 버디를 적중했다. 내리막 경사에 홀 앞에서 오른쪽으로 꺾이는 까다로운 라이였음에도 공은 정확히 홀을 찾아 들어갔다. 이번에도 5m짜리 버디. 카운터 펀치를 맞은 문경준은 2m 버디를 놓쳤고 타수 차는 5타로 불었다. 6개 홀을 남기고 5타 차니 이때부터는 누가 우승할 것이냐보다 배상문이 몇 타 차로 우승하느냐로 관전 포인트가 바뀌었다. 배상문은 이후 15번홀(파5)에서 우드로 친 두 번째 샷이 왼쪽 해저드에 빠지는 바람에 보기를 적었다. 첫날부터 이날 14번홀까지 68홀 연속 노 보기 행진을 펼친 뒤 69홀째에 나온 첫 보기. 16번홀(파4)에서도 어프로치샷이 길어 연속 보기가 나왔지만 우승에는 전혀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배상문은 18번홀(파5)에서 2m 버디로 확실한 팬서비스를 한 뒤 샴페인 세례를 받았다. 경기 후 배상문은 "국내 대회 72홀 노 보기 우승이 딱 한 차례 있었던 것으로 안다. 그 기회를 살리지 못해 아쉽지만 우승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지난 1990년 팬텀 오픈에서 버디만 11개 잡은 조철상이 유일한 노 보기 챔피언이다. 한편 김승혁(28)은 KPGA 투어 시즌 마지막 일정인 이번 대회에서 7언더파 공동 4위에 올라 상금왕(5억8,900만원)과 대상(MVP) 2관왕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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