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중외교관들이 한가롭게 골프를 즐기던 시간은 때마침 북한의 2인자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중국 지린성 창춘 등을 방문해 북중외교가 긴박하던 때다. 북한의 최근 변화 움직임에서 가장 주목되는 실세가 중국을 방문하면 한국 외교관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인적 네트워크를 가동해 정보수집에 힘을 쏟아야 하는 것이 당연한 책무다. 안 그래도 주중대사관은 대북 정보파악에 허점을 드러낸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더욱이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방문 파장이 국제적으로 확산되던 미묘한 시기였다. 일본과 영유권 분쟁이 있는 중국과의 공조를 다지기 위해 다각적인 활동에 집중했어야 하는 게 당시의 주중대사관이다. 15일은 중국에서는 휴일도 아니다. 이런저런 상황을 감안할 때 주중대사관으로서는 비상동원령을 내려도 시원찮은 판에 직원화합이랍시고 대사 주재로 단체골프를 친 것이다.
이번 사안은 단순한 복무기강 해이 정도로 치부할 일이 아니다. 국익을 위해 해외 최전방에서 눈에 불을 켜고 뛰어다녀야 할 외교관의 상황인식과 사고수준이 이 정도라면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외교관의 기본자격인 정무적 감각과 판단력에 근본적인 결함이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 직원화합 차원에서 자비로 골프를 친 것이 무슨 문제냐는 식으로 해명하는 대사의 정무적 감각으로는 외교활동에서 기대할 게 없다. 이러니 북한 인권운동가 김영환씨 고문에 뒷북대응이나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주중대사관은 이 대사 부임 이후 광복절과 삼일절에 단체골프 행사를 관례화했다고 한다. 나라의 어려웠던 역사를 되새기고 선열을 기려야 하는 근엄한 날에 굳이 직원 단체골프를 하는 게 적절한지도 재검토해야 한다. 1회성 해프닝으로 어물쩍 넘어갈 사안이 아니다. 주중외교관들의 평소 업무긴장도와 사고수준을 그대로 보여주는 거울이다. 정말로 참석자들의 자비부담 행사였는지를 비롯해 사실관계를 우선 철저히 파악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