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정신나간' 경제단체들

"한노총 전임자 임금 지원"<br>전경련·대한상의·경총 등 대기업 상대 100억 모금<br>"타임오프 부정" 비판 거세


전국경제인연합회ㆍ대한상공회의소ㆍ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단체들이 한국노총 노조전임자의 임금을 지원하기 위해 대기업들로부터 모금을 추진, "타임오프제를 전면 부정하는 게 아니냐"는 거센 비판이 일고 있다. 10일 경총에 따르면 노사협력사업을 위한 기금을 대기업들로부터 모금해 한국노총 파견 전임자들의 임금으로 쓰려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경총의 한 관계자는 "노사협력사업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다른 경제단체들과 협력기금을 만들어 한국노총에 주는 방안을 협의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한국노총은 지난 7월1일 타임오프제 시행 이후 전임자 임금지급에 어려움을 겪자 자금지원을 경총에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경총 등 경제단체들이 이를 수용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총 100억원 이상을 모금하기로 했다. 100억원은 각 기업에서 한국노총에 파견한 전임자 120여명의 2년치 임금에 해당하는 액수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업계에서는 기업을 대표하는 경제단체들이 상급단체 파견 전임자에게 임금을 줄 수 없도록 한 타임오프제도의 취지를 송두리째 훼손하려 한다면서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특히 일선기업에 타임오프제의 엄격한 적용을 주문하는 경제단체들이 상급단체 전임자에게 임금을 지원하는 것은 자가당착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총 등은 논란이 커지자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며 "노조 전임자에게 직접 임금을 지원하는 게 아니라 노사협력사업 기금을 모아 한국노총에 주려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대한상의는 14일 각 기업 임원을 초청해 후원기금의 필요성을 설명하는 긴급 간담회를 열어 설득에 나설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파업에 맞서 직장폐쇄를 단행하는 등 타임오프제 정착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일선기업들과 정반대로 중앙단체들이 상급단체 전임자에게 임금을 지원하려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입장을 나타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단체들의 발상은 타임오프제의 명분과 취지에 어긋나는 행동"이라며 "기업에서 모은 돈으로 월급을 받은 전임자가 사측을 공격하는 것도 명분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변양규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도 "전임자 임금을 한도 내에서 지급하는 타임오프제의 원칙을 손상시키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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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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