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구설 속에 장기간 해외체류하다 귀국한 뒤에도 잔뜩 '몸을 낮추는' 자세를 보여왔던 이건희 삼성 회장의 움직임이 바빠지고 있다.
31일 재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다음달 1일 호암아트홀에서 열리는 호암상 시상식에 참석해 한명숙 총리 등 외부 요인들을 접견하고 수상자들에게 시상하는 호스트역할을 할 예정이다.
이 회장이 그룹 공식 행사에 참석하는 것은 지난 2월 귀국한 이후 처음이다.
이 회장은 해마다 신년하례와 '자랑스러운 삼성인상' 시상식, '삼성기술대전'등 내부행사에 참석해 왔지만 지난해 6월 동남아 현지사업장 방문 이후에는 '삼성공화국론'과 안기부 'X파일' 사건,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CB) 배정을 둘러싼 논란 등악재가 잇따르면서 내부 행사조차 참석을 삼가는 모습을 보였다.
이어 같은 해 9월 지병 치료를 위해 미국으로 떠난 뒤 5개월간 미국, 일본 등지에서 체류하다 지난 2월 귀국한 뒤에도 대내외 행사에는 가급적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러나 귀국 후 삼성 주요 계열사 경영진과 국내외 사업파트너, 외교사절, 재계대표 등을 만나면서 서서히 활동 보폭을 넓혀온 이 회장은 지난 24일 청와대에서 열린 '대중소기업 상생회의'에서 삼성의 중소기업 지원대책을 밝히는 등 외부행사에도참석하기 시작했다.
이 회장은 29일에는 부인 홍라희 여사와 함께 처남인 홍석현 전(前) 중앙일보회장 장남의 결혼식에 참석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이밖에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단에 만찬을 베풀거나 친선골프대회에 이들을 초청할 계획이며 전경련 회장단 회의에도 여건이 되면 참석할 뜻임을 밝혔다고 전경련 관계자가 전했다.
이 회장은 경영활동에도 본격적으로 나서 3월 말과 지난 9일 삼성전자, 삼성SDI등 전자계열사와 삼성생명, 삼성화재 등 금융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을 삼성 영빈관인 승지원에서 만나 각사 경영현안과 경제 전반에 대해 논의했다.
이 회장은 다음달에는 삼성물산, 제일모직 등 '독립계열사' CEO들과도 만나 저녁을 함께 하며 그룹 안팎의 관심사를 토의할 예정이다.
이 회장은 이밖에도 이학수 그룹 전략기획실장(부회장) 등 참모들을 수시로 승지원이나 자택으로 불러 업무 현안에 관해 보고받고 필요한 지시를 내리고 있다고 삼성측은 전했다.
이 회장은 삼성 경영인들을 만난 자리에서 "삼성이 국민으로부터 사랑받는 기업이 될 수 있도록 겸손한 자세를 견지할 것"을 당부하고 "저출산 대책이나 중소기업과의 상생협력 등 사회적 이슈에 대해서도 삼성이 모범을 보일 부분을 찾을 것"을주문하고 있다고 삼성 관계자는 밝혔다.
이 회장은 또한 "비행기가 마하3의 속도로 날기 위해서는 엔진만 바꿔서 되는것이 아니라 날개의 재질 등 모든 부분을 다 바꿔야 하는 것처럼 일류기업이 되기위해서는 전분야에 걸친 혁신이 필요하다"는 '마하경영론'을 강조하고 있다고 이 관계자는 말했다.
삼성 관계자는 "이 회장은 당연히 앞으로도 중요한 그룹 내 행사나 가족 모임등에 참석할 것"이라면서 "독일 월드컵 참관 등 외유 계획은 당분간 없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