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실주택은 줄었는데 전세난은 심화된다(?) 서울지역에서 재건축ㆍ재개발 사업 등 정비사업으로 사라지는 '멸실주택'이 지난 2년간 크게 줄고 새로 입주되는 아파트 물량은 꾸준한데도 전세난은 오히려 심화되고 있어 원인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비사업으로 사라지는 주택보다 새로 입주한 주택이 많으면 통상 세입자를 찾기 힘든 '역전세난'이 발생해야 하는 것이 맞지만 지금은 오히려 세입자들이 전셋집을 구하기가 힘든 형편이기 때문이다. 5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지역에서 정비사업으로 멸실된 주택은 지난 2008년 4만2,670가구에서 지난해 5,234가구로 급감했고 올해에도 상반기까지 3,234가구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의 멸실주택이 이처럼 급격히 줄어든 이유는 금융위기 이후 사업 지연이 본격화됐기 때문이다. 서울시 주택정책팀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와 올해 모두 1만 가구 이상의 멸실을 예상했으나 금융위기 이후 재건축ㆍ재개발의 사업성이 떨어지면서 사업이 지연되는 경우가 다수 였고 사업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어도 철거되지 못한 주택이 증가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서울시가 올해 재개발 사업장의 기준용적률(땅 면적 대비 지상건축물 연면적 비율)을 20% 올려주기로 하면서 사업장마다 용적률을 상향 받기 위해 사업 절차를 다시 밟은 것도 사업 지연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반면 입주물량은 2008년 4만1,450가구로 봇물을 이룬 후 지난해 1만7,895가구로 줄었지만 올해에는 2만937가구(예상치)로 예년 수준의 물량을 유지하고 있다. 멸실주택이 크게 줄고 입주물량이 예년 수준을 유지한다는 것은 정비사업으로 사라진 주택보다 증가하는 주택이 늘어나 주택 총량이 증가했다는 것을 뜻한다. 그럼에도 전세난이 심화된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시장 불안에 따른 전세 수요 증가와 입주물량의 강북 편향, 재개발 지역의 슬럼화 현상 등을 주요 원인으로 꼽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집값 추가 하락에 대한 우려로 매매 대신 전세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어난데다 서울 입주 물량의 대부분이 수요가 집중된 강남보다 강북 지역에 몰렸다는 것이다. 또 멸실이 예정된 재개발 지역 주택들의 슬럼화가 진행되면서 더 이상 장기 전세 수요를 흡수하지 못하게 된 점도 하나의 원인으로 꼽힌다. 실제 서울 재개발ㆍ재건축 지역에서 관리처분인가를 받고도 분양(착공)되지 못하고 있는 사업장이 30여 곳에 달하며 대부분 철거도 못하고 분양도 하지 않는 황량한 상태로 남아 있다. 김규정 부동산114 부장은 "멸실주택이 줄어든다는 것은 향후 1~2년 내 입주물량이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서울 도심 지역의 전세난은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