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실납세확인제’로 이름을 바꾼 세무검증제 도입 관련 법안이 세무사의 도덕적 해이를 방조하는 등 허점 투성이인 것으로 나타났다. 세무사는 세무검증 주체이면서 고소득 세무사의 경우 세무검증 대상이다. 고소득 세무사가 스스로 자신의 납세검증을 하는 도덕적 해이가 나타날 우려가 있다. 그런데도 지난 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소득세법 등 관련 법안 4건은 이를 막을 아무런 규정을 두지 않은 것으로 9일 확인됐다. 특히 세무검증의 주체로 세무사 등을 명시하면서도 세무사 자격증을 가진 변호사 등을 적시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세무검증제가 공무원 출신이 다수인 세무사에 대한 기획재정부의 전관예우 창구로 활용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세무사는 자신이 알아서 검증?=정부의 세무검증제도 도입안에 따르면 세무사는 변호사ㆍ회계사 등과 함께 세무검증 대상이다. 또한 관련법인 소득세법은 검증자를 ‘세무사 등 대통령령으로 정한 자’로 규정했다. 따라서 세무사는 검증 주체이면서 대상자다. 문제는 법률안에 세무사는 타 세무사에게 검증을 받아야 한다는 내용이 없다는 점이다. 복수의 국회 관계자는 9일 “세금 탈루를 막기 위해 세무검증을 실시하면서 세무사는 자신의 탈세 여부를 스스로 검증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긴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재정부는 시행령으로 보완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그러나 국회의 한 관계자는 “시행할지, 말지 알 수 없는 시행령이 아니라 법률로 명확하게 규정해야 하는 것”이라면서 “시행령은 법률에 담기에는 내용이 많고 변동할 여지가 있는 내용에 극히 한정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세무사 자격증 있어도 변호사는 안돼?=변호사는 세무사 자격증을 지니고 있지만 검증 주체에서 제외된다. 이 때문에 지난달 28일 서울지방변호사회는 국회에 “검증자를 세무사 자격을 소지한 자로 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변호사는 세무검증을 잘못했을 때 징계할 수단이 없어 제외한 것”이라면서 “앞으로 시행령을 통해 공인회계사나 회계법인을 추가할 것이며 변호사도 잘못된 세무검증을 했을 때 징계를 받겠다면 세무검증 주체가 될 수 있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같은 자격증을 소지했는데 특정 업계에만 허가를 주는 게 법률상 맞느냐는 반론이 있다. 또한 지금까지 세무사를 솜방망이 처벌해온 정부가 앞으로 얼마나 징계를 강화할지 의문이라는 쓴소리가 나온다. ◇공무원 출신 세무사 전관예우?=변호사에 비해 세무사가 유리한 세무검증제도 도입의 배경에는 세무공무원 출신이 세무사를 하는 관행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세무사법에 따라 세무공무원은 2000년 이전에는 세무사 자격시험 없이 세무사 자격증을 땄다. 2000년 이후 법을 고쳐 일부 과목을 시험 보게 했지만 정부가 이마저 시행령에서 축소했다. 이 때문에 국세청 등 세무공무원은 퇴직 후 세무사로 나서는 경우가 많다. 국회에서 이번 세무검증제도 도입법안은 변호사와 세무사 중 사실상 세무사의 승리라고 평가하는 이유다. 국회의 한 관계자는 “세무공무원과 세무사의 고리가 조세비리의 한 배경”이라면서 “다만 정부가 제도를 얼마나 엄격하게 운영하느냐가 세무검증제의 세무사 특혜논란을 잠재울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