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강원도 춘천시 중도의 '레고랜드' 개발예정지에서 3,000년 전에 조성된 청동기시대 공동묘지와 마을유적 등 선사시대 유적이 대규모로 발견됐다. 한반도에서 지금까지 발견된 최대의 단일 선사시대 유적으로 평가된다. 이에 따라 강원도와 춘천시가 외자유치를 통해 추진해온 '레고랜드' 조성사업에 차질이 예상된다.
한강문화재연구원 등 매장문화재 발굴 전문기관 5곳은 지난해 10월부터 춘천시 중도에 추진 중인 레고랜드 조성사업지에서 시행한 1차 문화재 발굴(면적 12만2,025㎡) 조사 결과 고인돌 101기 등 총 1,400여기의 청동기 시대 유구(遺構)를 확인했다고 28일 밝혔다. 확인된 유구는 고인돌 101기, 집터 917기, 구덩이(竪穴) 355기, 바닥 높은 집터 9기(高床式), 긴 도랑(溝狀遺構) 등이며 삼국시대 이후의 밭도 일부 확인됐다. 특히 확인된 고인돌 묘는 열을 맞춘 것으로 드러나 관심을 끌고 있다.
고인돌은 부지 남쪽에 3열로 길게 축조된 40여기가 있으며 마을 공간 안에도 다수 분포해 있다. 석재를 이용한 원형 또는 장방형의 묘역 시설을 갖췄고 그 중심에는 시신을 안치한 돌널무덤(석관묘) 위에다 상석을 올린 구조다. 돌널무덤은 묘역 시설과 동시에 축조하거나 먼저 축조하고 나서 그 위에 묘역 시설을 설치한 것 등 다양한 형식이 확인됐다.
이와 함께 조사된 집터 40호와 37호 내부에서는 비파형 동검과 청동도끼 등이 각각 1점 출토됐다. 비파형동검은 지금까지 주로 무덤에서 발굴돼왔으며 주거지 출토는 이례적이다. 이번에 출토된 청동도끼는 함경남도 북청군 토성리 출토품과 유사해 양 지역 간의 비교 연구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전체 둘레 약 404m(내부 면적 1만㎡)에 이르는 네모난 대형 환호(마을 주변에 도랑을 파서 돌리는 시설물) 내 집터와 출입구 시설도 확인돼 청동기 시대 마을 유적의 구조와 성격을 이해할 수 있는 획기적인 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 집터 20호에서 출토된 '둥근 바닥 바리모양토기(圓底深鉢形土器)'는 신석기 시대에서 청동기 시대로 넘어오는 전환기를 보여주는 중요한 유물이다.
이번 조사에서 기원전 9∼6세기 시기의 장방형 집터가 다수 확인됐는데 특히 '돋을띠 새김무늬토기(刻目突帶文土器)'가 출토된 집터는 기원전 11세기 이전 청동기 시대의 가장 이른 단계에 속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종래 한강문화재연구원 연구원은 "이번 발굴 조사에서 900기가 넘는 거주지 유구가 확인됨으로써 면적으로나 유구 수로나 단일 유적으로서는 한반도 최대 마을유적으로 기록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한강문화재연구원 등 발굴 기관들은 29일 오후2시 발굴조사 현장에서 전문가 검토회의와 유적 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한편 춘천시 중도는 1980년대 국립중앙박물관 조사결과 섬 전체가 대규모 주거지로 확인된 곳이다. 당시 8차에 걸친 시·발굴조사를 통해 신석기 시대부터 삼국 시대에 걸쳐 조성된 집터와 고인돌 등이 270여기 이상 확인됐다. 그러나 유적 보호를 위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2011년 레고랜드 조성 사업이 확정됐다. 국내 관광분야 최대 규모인 1억달러의 외자를 유치해 오는 2017년 개장을 목표로 사업이 진행 중이었다.
하지만 이번 조사결과 중도 섬 전체가 경주를 필적하는 밀집도 높은 유적지로 드러나면서 현장 보존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