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미국 "한국, 환개입으로 막대한 대미 무역흑자"

재무부 보고서… 수치 앞세워 조목조목 지적

통상 압박 예고 속 내수 활성화 정책은 지지

中 위안화 절하 강력 비판… 환율전쟁 가능성


미국 정부가 한국이 외환시장 개입으로 원화가치 하락을 유도해 대미 무역에서 막대한 무역수지 흑자를 누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이 지난해 사상 최대의 대미 수출액과 무역흑자를 기록한 데 대해 미국 내 불만이 고조되면서 통화절상이나 시장개방 압력도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미 재무부는 15일(현지시간) 의회에 제출한 '국제 경제와 환율 정책에 대한 반기 보고서'에서 "한국 당국이 원화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외환시장에 지속적으로 개입하고 있다"며 "지난해 시장에 양방향으로 개입했지만 원화가치가 오를 때 더 공격적으로 개입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지난해 하반기 한국 당국이 원화가치 상승속도를 제한하기 위해 시장에 개입한 것으로 보인다"며 "한국의 외환보유액이 6월 말 3,156억달러에서 12월 말 3,356억달러로 늘었는데 단순히 이자소득 증가만으로 설명하기는 힘들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이어 "한국의 경상흑자는 지난 2012년 국내총생산(GDP)의 4.2%에서 지난해 6.1%로 증가했다"며 "한국은 금융위기 이전보다 경상흑자가 크게 늘어난 몇 안되는 국가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특히 미 재무부는 "지난해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는 207억달러로 GDP의 5.6%에 이른다"며 "이는 2012년 166억달러, GDP의 2% 정도에서 크게 늘어난 것"이라며 불만을 표시했다. 미 재무부는 금융위기 이후 환율 보고서 발표 때마다 한국의 경상흑자가 과도하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하지만 대미 흑자 규모를 구체적으로 적시하기는 2011년 12월 이후 2년 4개월 만에 처음이다. 이번 보고서가 의회 제출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미 정부의 통상 압박을 예고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현재 미국 내에서는 "2012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이후 무역적자가 늘고 일자리는 줄었다"는 정치권과 제조업체·노조의 반발이 거센 실정이다. 블룸버그도 "이번 보고서는 미 경제의 성장과 해외판매 증가를 위해 중국·독일 등 경상흑자가 큰 나라를 타깃으로 삼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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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한국의 외환정책 자체에 대한 압박강도는 전반적으로 다소 완화됐다. 보고서는 "한국의 외환시장 개입은 무질서한 시장환경이라는 예외적 상황으로 제한해야 한다"고 지적해 이전 보고서의 '제한을 권고한다'보다 톤이 높았다. 반면 보고서는 한국 거시정책의 목표에 대해 '환율개입보다 금융불안 감소에 맞추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하는 데 머물렀다. 이전의 '한국 당국에 압력을 가할 것'이라는 표현과 대비된다.

특히 미 재무부는 이번에 한국 정부에 대한 이례적인 호평도 내놓아 눈길을 끌었다. 보고서는 "박근혜 정부는 올 1월 수출 의존도를 줄이고 내수 비중을 늘리는 구조개혁 방안을 발표했다"며 "환율절상은 이러한 균형을 달성하는 데 중요한 도구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전 보고서는 '한국이 수출 의존도를 줄이도록 강하게 압박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 재무부는 이번 보고서에서 중국에 대해서는 강력한 비판을 쏟아내 양국 간 환율전쟁을 예고했다. 보고서는 "최근 위안화 약세는 전례가 없는 수준"이라며 "중국 당국이 과거처럼 외환시장에 개입해 환율정책이 퇴보한 증거라면 심각한 우려를 일으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보고서는 이어 "2월 말 이후 위안화 약세는 인민은행이 환시장에 개입한 직후 나타난 것"이라며 "위안화 가치가 중국 외환보유액에 비해 지나치게 약세를 보이고 있는 점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재무부는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지는 않았다.

보고서는 독일에 대해서는 "지나친 무역흑자가 내수회복 등 유럽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에스워 프라사드 코넬대 이코노미스트는 "양적완화 규모를 줄이는 미국과 달리 (경기회복이 더딘) 중국 등 다른 나라는 돈 풀기와 통화약세에 의존하면서 갈등이 나타나고 있다"며 "특히 선진국과 신흥국 간의 통화전쟁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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