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병(人口病)'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는지. 일본 언론이 만들어낸 조어로,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구 감소가 불러온 다양한 사회·경제적 문젯거리를 총칭하는 말이다. 지자체 인구 감소로 세수가 줄어 낡은 수도관을 교체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주유소 인프라가 급감해 주민들이 휘발유를 사려면 멀리 떨어진 주유소까지 가야 하는 상황 등을 인구병의 사례로 볼 수 있다. 인구감소가 가져오는 불편·불안·축소·폐색의 일상생활이 그만큼 치유하기 어려운 문제라는 점에서 질병이라는 단어가 붙었다.
일본의 현재는 한국의 미래다. 저자는 조만간 한국 역시 인구병 확진이 예상된다고 말한다. 출산율 저하 등의 사전징후가 명확하고 반복된다. 하지만 여전히 정부나 국민들은 별다른 위기감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지금 현재 한국은 인구가 줄고 있기는커녕 늘고 있기 때문일 테다. 2012년 6월 한국 인구는 5,000만명을 돌파했으며 인구 감소 역시 2030년께 무렵부터야 시작된다고 한다. 10년 뒤의 일에 대해서 걱정하기에는 현재의 삶을 좌지우지하는 이슈가 너무 많다.
저자가 인구변화가 초래할 우리 사회의 미래를 그려보겠다 마음먹은 것은 위기감을 불러일으키기 위해서가 아닌가 짐작해본다. 그럴 것이 저자가 내다보는 미래 한국은 한 마디로 암울하기 짝이 없다.
세부적인 미래 풍경을 10가지 키워드로 설명하는데 각각의 키워드는 △여성시대 △남성거세 △생활독신 △실업빈곤 △미래불안 △비용압박 △인생득도 △도시집중 △노인표류 △평생근로 등이다. 이미 인구 감소가 시작된 이웃 나라 일본의 변화상을 그대로 따라가며 공포스럽다는 느낌마저 든다.
얼핏 긍정적으로 보이는 △여성시대나 △인생득도 등의 키워드도 뜯어 보면 그 느낌이 사뭇 다르다. 여성이 과거보다 힘이 세졌다는 것은 전향적인 변화지만, 이에 따라 나타난 '신여성'의 모습은 여성성이 상실된 '아저씨화된 여자(おやじ系 女子)'나 연애에는 무관심한 채 동성 모임에만 몰두하는 '여자회(女子會)' 등이다. '인생득도' 또한 '부자 되긴 글렀으니 하고 싶은 거나 하자'라며 작은 사치에 빠지는 청년들의 자포자기한 심정을 가리키는 말이다. 나머지 키워드는 두말할 나위 없다.
소득 악화와 고립감 증대로 인간의 본능인 '성욕(性欲)'마저 포기하는 청년들이 나오고, 빈곤·고독·불안함을 달래주는 슬픈 비즈니스가 미래유망 사업모델로 꼽힌다.
저자가 이토록 우울한 미래를 상세히 보여주는 이유는 이런 미래가 현실화되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이다.이것이야말로 인구경제학이 존재하는 이유다.
일례로 '인구증가가 식량 부족을 야기, 종국에는 전쟁·기아를 불러올 수 있다'던 멜서스의 주장은 지금에야 오판이라는 비판을 받지만, 당시 사회에 충격을 줘 결국 사회 정책과 정부의 가족계획 등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그렇다면 저자가 제안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넓게 보면 출산율을 높이고 고령화 사회에 대비하는 모든 정책이 될 테지만, 저자가 볼 때 가장 급한 건 결혼 장려다.
저자는 정부가 결혼이라는 일생일대의 개인적 생애이벤트가 갖는 사회적 파급 효과에 대해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며, 결혼 권장을 청년 정책의 선순위로 넣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1만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