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재정위기의 주범으로 꼽히는 스페인ㆍ이탈리아ㆍ아일랜드가 나란히 원하는규모로 국채를 발행하는데 성공함에 따라 유럽 재정 위기는 일단 진정 국면으로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유럽 재정위기는 남유럽 국가들의 채무조정 우려로 이들이 발행한 국채를 보유한 은행들이 서로 대출을 꺼리며 시작된 만큼 이들의 채권 발행 성공 여부는 금융시장 흐름을 가름하는 변수로 평가되기도 했다.
스페인은 10일(현지시간) 국채 발행을 통해 40억유로(48억달러)의 자금을 조달했다고 밝혔다. 평균 발행금리는 3.317%로 기존 채권 평균 금리 수준(3.5%) 보다 낮아 시장의 신뢰를 차츰 회복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스페인의 이번 국채 발행은 지난달 신용평가사 피치가 국가 신용등급을 강등한 이후 처음이다.
이탈리아도 이날 85억유로(103억달러)의 국채를 발행하는 데 성공했다. 아일랜드 도 국채 발행에 성공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모든 매각이 좋은 조건 아래 이뤄졌다는 게 전과 다른 점"며 "그리스ㆍ이탈리아ㆍ포르투갈ㆍ아일랜드 등 이른바 PIGS 국가들의 채무불이행 방지 비용(CDS)도 떨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헝가리는 이날 실시된 12월물 국채 발행에서 원하는 수준의 물량을 채우는데 실패했다. 헝가리는 이번 발행을 통해 500억포린트(2억1,700억달러)의 자금을 조달하려고 했지만 5.35%의 금리로 350억포린트(1억5,200만달러)를 확보하는데 그쳤다. 이번 국채 매각은 지난 2008년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고 난 후의 첫 경매였다.
나이젤 렌달 RBC캐피탈마켓의 신흥시장 수석 투자전략가는 "시장에 많은 불확실성이 있지만 헝가리가 돈 가뭄을 겪을만한 이유는 없다"며 "포린트화 환율도 여전히 큰 등락 없이 움직이고 있다"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