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이슈 인사이드] 서울 이용 가능 구장 5~6곳뿐… 야구 연습장 잡기 '별따기'

■ 야구 동호회 전성시대… 전국 1만개팀<br>난지·광나루·안양천 구장 등 매달 평균 수천 건 신청 몰려<br>"할수없이 회비내고 리그 가입" 정부·지자체 지원대책 절실



서울에서 무역회사에 다니는 양의섭(31)씨는 자타가 공인하는 운동 매니아다. 특히 구기 종목을 좋아하는 그는 사내 야구 동호회에 가입해 활동하고 있다. 다들 아마추어지만 열정만큼은 프로 선수들 못지않다. 하지만 양씨를 비롯한 직장 동료들이 안타까워하는 게 하나 있다. 던지고 치고 힘껏 내달리고 싶지만 야구장 구하는 일이 하늘의 별따기다. 최근 프로야구 붐을 타고 직접 야구를 하고자 하는 야구 동호회 수가 크게 늘고 있다. 지난해 10월 기준 전국의 사회인 야구팀은 1만개, 동호인 수는 20만명 가량으로 야구동호회 '전성시대'라 부를 만하다. 하지만 이렇게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야구 동호회와 달리 이들을 수용할 수 있는 야구장 시설은 턱 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사회인 야구 동호회가 반짝 인기에 머물지 않고 건전한 생활체육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야구장 시설 확충이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야구 동호회 전성시대=생활야구 인기는 최근 몇 년 새 크게 늘어난 야구동호회 수만 봐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생활체육 전국야구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협회에 등록된 전국 사회인 야구팀은 5,200개다. 2008년 2,400개에서 2년만에 2배 이상 증가했다. 동호인 수도 2008년 5만5,400명에서 지난해 12만명으로 2배 이상 늘었다. 김광복 전국야구연합회 사무처장은 "협회에 등록하지 않은 팀까지 합하면 1만 여개, 20만명 수준을 넘을 것"이라며 "보는 야구에서 직접 하는 야구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야구장 시설은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문화관광체육부가 집계한 '2011년 공공체육시설현황'을 보면 전국에 있는 야구장은 77개에 불과하다. 607개인 축구장의 10분의 1 수준이다. 2006년의 38개에 비하면 2배 이상 늘어난 것이지만 프로야구를 포함한 각종 대회가 벌어지는 전문 체육시설과 유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리틀 야구장을 제외하면 실제 일반인들이 뛸 수 있는 야구장은 손에 꼽을 정도이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최문순 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0월 국민생활체육회 국정감사에서 밝힌 자료에서도 중ㆍ고등학교 운동장을 포함해 사회인 야구팀이 뛸 수 있는 구장은 전국에 300곳 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야구 동호인 수가 약 500만명에 달하는 일본의 경우 학교시설을 포함한 야구장은 전국에 1만개 정도 있을 정도다. ◇야구장 섭외는 하늘의 별따기=서울지역의 경우 약 1,200여개의 팀이 등록돼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현재 사용할 수 있는 중ㆍ고교 야구장은 30여개에 불과하다. 공공체육시설로 분류되는 야구장이 시내에 12개소 있지만 실제 야구동호인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곳은 난지ㆍ광나루ㆍ안양천 구장 등 5~6개에 그친다. 서울시는 작년 4월 마포구 상암동 난지 캠프장 옆에 국제규격의 천연잔디 야구장 2개 면을 개장했다. 야구동호인들에게 좋은 환경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야구를 즐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사회인 야구팀들에겐 난지 야구장을 한번 이용하는 게 뉴욕양키스 스타디움을 밟는 것만큼이나 어렵다. 평일은 사용일 기준 한 달 전부터 신청을 받아 선착순으로 배정하고, 주말ㆍ공휴일은 한 달 치를 일괄 신청 받아 전자 추첨으로 배정한다. 매달 평균 수천 건이 넘는 신청자가 몰리다보니 이곳에서 경기를 뛰는 것은 그야말로 억세게 운이 좋아야 한다. 서울시 한강사업본부의 한 관계자는 "도심에 좋은 시설을 갖춘 구장이 전무하다보니 난지구장 인기가 매우 높다"며 "여러 팀들에게 이용기회를 공평하게 제공하기 위해 횟수를 제한하고 있지만 매달 평균 3,000건이 넘는 신청자가 몰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서울지역 야구팀들은 대부분 연간 회비를 내고 리그에 가입하면서 운동장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리그 운영자들은 가입한 팀들의 회비를 모아 매년 야구 경기를 할 수 있을 만한 중ㆍ고교를 섭외하고 주말 이용 계약을 맺는다. 이렇게 하면 한 달에 1~2회 정도 경기를 치르는 게 가능하다. 이마저도 힘든 경우에는 경기지역 리그에 가입하기도 한다. 서울의 한 야구동호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성호(38)씨는 "서울 지역 중ㆍ고등학교 운동장을 이용하는 리그는 인기가 많아서 한번 가입한 팀들은 잘 나오지 않는다"며 "우리 팀의 경우 회원들이 모두 서울에 살지만 야구장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 수준이다 보니 3년째 김포 쪽 리그에 가입해 원정 경기를 치르고 있다"고 말했다. ◇사회인야구 지원책 필요=국민들의 생활체육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보는(Seeing)' 스포츠에서 '하는(Doing)' 스포츠로 흐름이 바뀌어 가고 있는 시점에 놓여 있다. 사회인 야구에 대한 인기가 부쩍 높아진 것은 이처럼 생활체육으로서 야구를 즐기는 인구가 그만큼 많아졌다는 것을 방증한다. 하지만 턱 없이 부족한 야구장 시설이 제 때에 확충되지 않으면 이 같은 야구 동호회 열풍이 생활체육으로 뿌리 내는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목소리가 높다. 김광복 사무처장은 "이제는 정부나 지자체에서 야구장 확충을 포함한 생활체육으로서 사회인 야구에 대한 지원 대책을 신중하게 고려할 때가 된 것 같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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